한국의 격동기 속에서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국제무대로 진출해 끊임없는 작업을 보여줬던 작가 김창열의 '회기'전(展)이 오는 2월15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물방울'이라는 대상을 통해 동양 정신을 현대미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김창열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현대미술 작가이자 한국 현대미술사의 현장을 헤쳐나온 산 증인이다.

'물방울'의 탄생은 1960년대 중반 작품들에서부터 볼 수 있다. 가장 초기의 캔버스에 맺혀있는 방울들은 우유빛깔 혹은 정액의 색으로 곧 영롱한 모습을 띠게 될 그것들과는 무관한 모습을 띠고 있다.


70년대 초부터 등장한 물방울들은 시대에 따라 적지 않은 변화를 보였다. 물방울들은 포도알 송이처럼 맺혀있거나, 한쪽에서 빛을 받아 비스듬히 진행되는 모양새를 띠기도 한다. 또한 몇 개의 물방울이 넓은 화면의 한가운데 자리잡는가하면, 가장자리로 몰려 마치 흩뿌려진 빗방울처럼 맺혀있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현저한 변화는 문자의 등장이다. 문자의 등장을 암시화하는 작품으로 75년 '휘가로'지상(誌上)에 물방울을 그린 것으로 문자가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로부터 5.6년쯤 지난 시점이다.

1980년대에 작가는 캔버스의 전체 혹은 부분 부분을 천자문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제작하면서 '회귀'라는 제목을 붙였다. 노스승의 모습이 돼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는 작가의 모습과 물방울 시리즈를 이어가는 '회귀'라 명칭 된 작품들은 우리로 하여금 시간과 존재의 근원을 찾아 나서게 한다.


이번 부산시립미술관의 전시는 '물방울'이 탄생하기 전 초기 작품에서부터 미발표작을 포함한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김창열의 평생에 걸친 작업세계를 살펴 볼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전시명 : 김창열 '회기'전(展)
□ 기간 : 2009년 12월5~2010년 2월15일
□ 장소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 문의 : 051-744-2602


JTN 유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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