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퍼 8인의 전시회 ‘하지만 끝나지 않은 展’

[JTN뉴스 현화영 기자] 요즘은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너도나도 컴퓨터 자판을 두들겨대는 세상, 스마트폰 하나쯤 장만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지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여기, 그래도 손글씨가 좋다며 모인 사람들이 있다. 캘리그라퍼들의 모임 ‘어쩌다 붓잡은 사기단’의 첫 전시회 ‘하지만 끝나지 않은 전(展)’이 서울 홍대 부근 당인리 발전소 앞 앤트러사이트(Anthrocite)란 카페에서 열리고 있다.

캘리그라피란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된 말로 기계적인 표현을 배제하고 손으로 써 내려가는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자체를 말한다.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의 개념이 아닌, 순수예술과 디자인적인 요소를 접목시킨 조형예술에 가까운 활자 아트라 할 수 있다.

아무리 디지털시대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때때로 자유롭고 인간적인 미를 지닌 아날로그적 신소재로서 캘리그라피를 선호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캘리그라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해 그래픽, 광고, 출판, 영상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어쩌다 붓잡은 사기단’은 권빛나 김주희 김희진 박혜진 서계원 왕은실 정보랑 황산해 등 8명의 캘리그라피 작가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만의 독특한 글씨체들을 발묵(먹작업), 전각 등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해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표현해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가끔’, ‘나무가 있다’ 등을 전시한 김희진 작가는 “이미 다녀가신 관람객중에는 작품에 회화적인 느낌이 많아서 놀라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글씨와 이미지들을 통해 당시 작가가 느꼈던 감정들을 관람객들이 헤아려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주제 역시 연애, 요일, 계절, 냄새 등 작가들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거친듯 섬세하고, 무관심한 듯 통찰 깊게 탄생시킨 실험적인 시도들은 관람객들에게 한글과 문자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선사한다.

‘감정의 숲’을 선보인 왕은실 작가는 다양한 발묵기법을 통해 감정의 기복을 표현하는가 하면, ‘빈고백’에서는 꽃처럼 동그랗게 생긴 독특한 글씨체로 마치 자신의 이야기들을 고백하는 듯이 전달한다.

유안진의 에세이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발췌한 글을 캘리그라피로 표현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정보람 작가는 마치 버드나무 가지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느낌으로 글씨들을 써내려간다. 그는 “유안진 씨의 글을 읽으며 ‘마치 나도 저렇게 흘러내리는 듯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마음을 작품에 표현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캘리그라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왕은실 작가는 “요즘 취미 삼아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일반인들이 늘고 있다”면서 “그 영역 또한 확장돼 나만의 책 만들기, 가방‧티셔츠 디자인하기, 포스터 만들기 등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캘리그라피 전시회 ‘하지만 끝나지 않은 전’은 오는 28일까지 앤트러사이트에서 계속된다.

□ 전시명 : '하지만 끝나지 않은 展'
□ 기간 : 2010년 5월14일~5월28일
□ 장소 : 서울 마포구 합정동 앤트러사이트
□ 문의 : 02-322-0009


현화영 young@jtn.co.kr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jtn.co.kr

<ⓒ 1+α 문화미디어 JTN NEWS(www.jtn.co.kr) 무단전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