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폐경기 증상...권용욱 원장의 웰빙청춘

대기업 임원 L(51)씨가 성기능 감퇴와 만성피로를 호소하며 클리닉을 방문했다. “얼마 전부터 발기가 잘 되지 않아 울적한 기분이 듭니다.

피로가 심해 오후가 되면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고, 서류를 읽어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만사가 귀찮아 종종 부하직원에게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직장에서 잘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필자는 남성 갱년기가 의심된다고 진단했다. L씨는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남성 갱년기요? 남자도 여자처럼 갱년기가 있습니까?”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 갱년기라는 용어는 없었다. 여성 갱년기는 폐경을 맞은 50세 전후의 여자에게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에 반해 남성 갱년기는 모든 남자가 경험하는 게 아니라는 이유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남자도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갱년기를 겪을 수 있다. 남성호르몬은 사춘기 이후 남성의 성징을 나타나게 한다. 생식기관을 발달시키고 목소리를 굵게 하며 몸에 털과 수염이 나게 한다. 또 근육을 발달시키고 성욕과 발기를 일으킨다. 남자의 활력과 자신감·집중력·적극적 성향을 유지하는 데도 이 호르몬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성호르몬은 25세 전후에 절정에 이른다. 그 후 1년에 약 1%씩 감소한다. 40세 이후엔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남성호르몬 감소의 첫째 징후는 섹스에 관심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약간의 스트레스나 음주에도 발기가 잘 되지 않으면 남성호르몬 감소를 의심해 봐야 한다.

남성호르몬 감소가 빨라지면 만성피로를 느끼고 여성의 갱년기 증상과 비슷하게 얼굴이 달아오를 때가 많다. 또 불면증·우울증·불안·초조감이 계속되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잘 삐친다. 남성호르몬 부족 탓에 나타나는 이런 증상을 남성 갱년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모든 남자가 남성 갱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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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