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도 산아제한을 부르짖던 시대가 있었다. 그런 인구억제 정책이 지금은 반대로 출산장려 쪽으로 U턴했다. 아기를 낳으면 100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올 만큼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국가 안위에 위협적인 현상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과거 인구 감소에 대비하는 묘책의 일환이었던 임신중절은 이제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조치가 1920~40년 사이 미국에서 문제가 됐던 일이 있었다.

부친으로부터 유기된 태아, 근친상간, 강간으로 임신했을 경우 허용되었던 낙태수술까지 전면 불허된 적이 있었다. 태내에서 모체로부터 혈액으로 영양을 공급 받아 성장하는 태아를 죽이는 행위, 곧 임신중절이 창조주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정의 내려진 시기의 법률 해석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 이외의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불쌍한 여자들이 있으며, 그들은 불법을 무릅쓰고 임신중절을 하다가 자신의 생명까지 잃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갈등을 소재로 해서 소설화된 이야기를 스웨덴 출신의 랏세 할스트램 감독이 ‘사이다 하우스(2000년)’란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1940년대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임신중절, 자녀유기, 근친상간과 기타 불륜 등에 따라오는 낙태수술을 주제로 삼았다.‘사이다 하우스’란 영화가 미국이나 일본에서 보여준 반응은 대단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인 존 어빙이 레이건 정부의 불법 임신중절을 완전히 봉쇄하려는 움직임을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가해지는 폭력’이라고 맹렬히 항거한 것이 곧 ‘사이다 하우스’라는 영화였다.

그 후 어빙은 이 영화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이야기의 초점이 ‘중절 방지에 일익을 담당할 피임교육의 강화에 있었다’고 해명해 뜨거웠던 논쟁의 불은 싱겁게 꺼져 버렸다. 1873년 연방회의에서 통과된 임신중절금지법(콤스토크법)은 피임도 신의 섭리에 반하는 범죄행위로 간주해 피임기구의 판매와 선전을 엄격하게 막는 한편, 외설물의 우송까지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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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