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석굴암보다 1세기 앞선 통일신라 석굴사원…JTN과 함께하는 가을맞이 여행

“고구려에서 전해진 신라불교가 팔공산 자락에서 꽃피워지고 신라왕도 경주에서 결실을 맺다.”

경상북도 군위군 부계면 팔공산의 한 산자락에는 통일신라 초기에 만들어진 석굴사원이 있다.

거대한 절벽 중간, 마치 구멍이 난 듯 보이는 이 천연동굴 안에는 ‘삼존불상’이 봉안돼 있어 ‘삼존석불’(국보 제109호)이라 불린다.



‘제2의 석굴암’이라는 호칭 때문에 경주 토함산의 석굴암 석굴(국보 제24호)을 모방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경주 석굴암보다 약 100년 정도 앞선 7세기경 만들어진 것이라고.

경주 석굴암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다가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다녀간 후 20m 높이의 석굴을 일반인들도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전망대와 극락교가 만들어졌다.



JTN뉴스가 가을맞이 여행 코스중 하나로 군위 삼존석굴을 소개한다.

25일 아침 일찍부터 석굴을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지도 편의시설이 잘 돼있지도 않지만 삼존석굴이 주는 기운 만큼은 어떤 유명사찰 못지 않게 크고 웅장한 것이었다.



석굴사원으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석조 비로자나 불좌상이 놓여져 있었다. 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왼손 검지를 오른손이 감싸안는 손모양을 하고 있다. 검지는 중생을, 오른 손바닥은 부처를 뜻해 '부처가 중생들을 감싸 안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단다.



석굴로 올라가는 계단위 절벽 곳곳에 동전을 끼워놓은 흔적들이 발견됐다. 저마다 소원을 하나씩 짊어지고 이곳에 올랐을 터였다.



삼존석굴은 신라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한 고구려 승려인 아도화상(阿道和尙)이 수도를 연마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연스님의 ‘삼국유사’는 “위나라 사신인 굴마와 고구려 여인 고도령의 아들인 아도(묵호자, 墨胡子)는 신라 눌지왕 때 고구려로부터 신라 변방인 일선군으로 들어와 모례(毛禮)라는 사람의 집에 숨어 지내다 성국공주의 병을 고쳐주고, 그 공로로 불교를 전할 수 있게 됐다”고 전한다. 

따라서 이 팔공산 자락의 삼존석굴은 고구려 불교가 신라불교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규모나 불상의 형태 등은 경주 석굴암에 미치지 못하지만 거대한 바위벽 지상 20m 높이의 구멍에 삼존불이 봉안된 모습이 도저히 당시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신기할 따름이다.

삼존석불은 2.18m 높이로 가운데 위치한 아미타본존불과 1.8m 높이의 왼쪽 관세음보살상, 1.92m 높이의 오른쪽 대세지보살상으로 이뤄져 있다.

본존불은 사각형의 대좌(臺座) 위에 양 발을 무릎 위에 올리고 발바닥이 위로 향한 자세로 앉아 있는 형상이다. 불상의 민머리 위에는 상투 모양의 큼직한 머리묶음이 있으며, 얼굴은 몸에 비해 큰 편으로 삼국시대 불상에서 보이던 친근한 미소가 아닌 위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손모양은 오른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손가락이 땅을 향한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인데, 우리나라 불상에서 나타나는 최초의 예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삼국시대 조각이 통일신라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높은 문화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게 문화.역사학계의 중론이다. 자연 암벽을 뚫고 그 속에 불상을 배치한 본격적인 석굴사원이라는 점에서 불교미술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도 하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소박하지만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 신라불교의 자취가 잠들어있고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삼존석굴이다.


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이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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