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주인이자 식도락가인 로브 베일리는 야후 중역 시절 잦은 비행기 여행으로 늘 시차피로에 시달렸다. 그는 한때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피로에 찌든 미식가 중 한 명이었다. 그 38세의 MIT 졸업생은 달콤한 레드 불스 맥주나 카푸치노를 곁들인 칵테일로 피로를 달래는 데 염증을 느꼈다.

그래서 개발한 로터스 보드카는 카페인뿐 아니라 10억 달러 규모의 ‘영양성분 강화수’ 시장을 겨냥해 비타민 B3, B5, B6, B12, C에 덧붙여 아미노산인 I-아르기닌과 I-시스테인 그리고 인삼까지 추가했다. “사람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중 내내 음식에 신경을 쓴다.

주말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고 베일리는 말했다. 그가 개발한 보드카는 올해 매출이 50% 이상 늘었다. 물론 섭취하는 음식이라곤 비타민 강화 마티니 잔 바닥에 깔린 올리브 열매 세 개가 전부인데 음식에 신경 쓴다는 말은 분명 좀 웃기는 소리지만 말이다. 고급 주류 세계의 최신 트렌드는 건강에 좋으면서 도수가 높은 술이다.

지난 3년 사이 스퀘어 원 보태니컬 같은 ‘식물성’ 주류가 새로 선을 보였다. 스퀘어 원은 카모마일이나 귤 껍질 등 여덟 가지 유기농 식물을 첨가한 45도짜리 유기농 호밀주로 ‘진보 경향의 유기농 술’로 홍보된다. 아미노산 신진대사 촉진제 타우린을 잔뜩 넣은 보드카도 있고 비브 같은 항산화제가 풍부한 아사이 베리 술은 불티나게 팔린다.

요즘엔 남미산 과라나 베리를 넣은 럼주도 나온다(당분이 없는 식물성 각성제로 레드 불 맥주의 좋은 대안이다). 비타민 B를 강화한 스탬피드 라이트 플러스 맥주도 곧 재출시된다. 이 맥주가 처음 출시될 때 가수 겸 배우인 제시카 심슨이 광고모델로 출연해서 “똑똑하게 살자, 똑똑하게 마시자”며 맥주 애호가들을 유혹했다.

하지만 소비자를 속이는 광고 외에 똑똑한 점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는 비판도 있다. “기업들은 예전과 똑같은 제품을 만들면서도 건강제품처럼 보이게 하려고 온갖 술수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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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