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 서울의 중심부에서 열리던 빛의 축제들이 막을 내려가고 있는 요즈음, 서울 밤거리의 낭만이 사라져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을지로 청계천변으로 향해볼 일이 생겼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을지 한빛 거리’는 겨울이 지난 후에도 환한 빛의 축제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 한빛 미디어 파크

청계천의 장통교 바로 옆에 위치한 일명 장교동 길에 설치된 을지 한빛 거리는 크게 ①한빛 미디어 파크 ②한빛 거리 ③한빛 미디어 갤러리로 나뉜다. 모두가 화려한 조명 예술을 기반으로 아름다운 서울 밤의 낭만을 빚어내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 개장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서인지 주말 저녁이면 추위에도 불구하고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부터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까지 많은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 한빛 미디어 파크의 아름다운 영상 가로등

청계천 장통교의 남단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을지 한빛 거리 중 ‘한빛 미디어 파크’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는 스스로의 색깔을 달리하는가 하면 사람들의 움직임과 시간에 따라 아름다운 영상을 도로 위로 쏟아 내는 영상가로등이 설치돼 있다. 또 키오스크를 통해 찍은 사진을 커다란 야외 영상으로 출력해 볼 수 있는 ‘가상으로 머물기’도 구비돼 있다.

▲ 한빛 미디어 파크에 설치된 야외 ‘가상으로 머물기’

특히 가상으로 머물기는 실제 촬영된 이미지가 다양한 형태로 편집과 재창조의 기술을 거쳐 대형 스크린에 투영되므로 길을 지나는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코스 중 하나. 그 밖에도 한빛 미디어 파크에는 넉넉한 휴식 광장과 크고 작은 조명들이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고 있어 청계천변을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 끌고 있다.

▲ 을지 한빛 거리

한빛 미디어 파크의 한쪽 끝자락, 귀여운 마스코트 해치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는 길을 따라 3개의 미디어 월과 수시로 색깔을 달리하는 대형 가로등이 나열된 거리가 펼쳐진다. 바로 이곳이 을지 한빛 거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 문화, 관광 정보 습득과 함께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는 미디어 월(Media Wall)

을지 한빛 거리는 그리 긴 구간은 아니지만 형형 색색 변화하는 가로등을 보며 거닐어 보는 것만으로도 운치가 있다. 중간 중간 놓여 있는 미디어월에서 도심 나들이 정보를 조회해 보거나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전송을 해 보는 경험도 할 수 있어 운치와 재미를 더해주는 미래 서울 거리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시범 구간 격이다.

▲ 색색이 변화하는 외벽을 지닌 ‘한빛 미디어 갤러리’

짧은 을지 한빛 거리의 조금 걸어 들어가다보면 건물 전체가 쉴 새 없이 무지개빛 옷을 갈아입으며 빛을 발하고 있는 특별한 건물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이 첨단 미디어 아트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한빛 미디어 갤러리’이다.

▲ 한빛 미디어 갤러리의 입구

한빛 미디어 댈러리는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오전 10시부터 문을 열어 밤 9시까지 개장한다. 낮에도 방문이 가능하지만 화려한 외관과 더불어 한빛 거리의 진면목을 볼 수 있으려면 당연히 해가 진 후의 방문이 추천되고 있는 곳이다.

▲한빛 미디어 갤러리의 전시 작품들

한빛 미디어 갤러리의 내부에는 화려한 외장의 모습만큼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빛의 예술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사용자 체험형인 것들이어서 단순한 감상을 넘어선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 설치 예술품 ‘OASIS’와 ‘Candelight’

사용자 체험형의 미디어 아트 중 하나는 입장과 동시에 마주할 수 있는 전자 병풍.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병풍에 그려진 행렬도가 움직이는 신기한 영상을 제공해 주고 있다. 전자병풍과 조명 예술 옆에는 손으로 만드는 물길을 따라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이미지를 제공해 주는 설치 예술품부터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을 하는 인터랙티브한 작품들이 다수 전시되고 있다. 남녀노소 모두가 지루하지 않게 예술 작품을 감상,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실내에 설치된 ‘가상으로 머물기’

그 외에 한빛 미디어 파크의 야외에 설치돼 있던 ‘가상으로 머물기’가 실내로 옮겨진 버전이 있다. 이와 함께 스크린에 비춰진 호수를 향해 전자 봉을 활용해 돌을 던지는 시늉을 하면 화면 속으로 돌이 날아들어가 물수제비를 뜰 수 있는 ‘물수제비 던지기’와 같은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설치 예술품도 빼 놓을 수 없는 체험거리 중 하나다.

▲ 이미지를 이용해 도전해보는 ‘물수제비 던지기’

또한 휴대폰을 이용해 특정한 번호로 메시지를 전송한 다음 탁자 위에 놓인 바람개비를 입으로 불면 그 강도에 따라 화면 속의 민들레가 메시지의 홀씨를 날려버리는 ‘민들레 바람타고 훨훨’ 역시 아이들이 단연 으뜸으로 꼽는 미디어 아트 예술품이다.

▲ 영상과 바람개비의 만남 ‘민들레 바람타고 훨훨’

그 밖에 한빛 미디어 갤러리의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관람객들이 놓여진 전자 장구를 치는 강도와 리듬에 따라 스크린에 다양한 빛의 파장과 함께 소리를 일으키는 ‘비바 아이 장구’가 있다. 또 격자로 구분된 탁자 위에 물체를 올려놓거나 바람을 불어 넣으면 그 눌림의 정도에 따라 색감을 표시해 주는 ‘일상의 오브제를 위한 연습곡’과 같은 작품들이 있어 미디어 아트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재미에 빠져볼 수 있다.

▲ 빛과 소리로 파장을 일으키는 전자 장구 ‘비바 아이 장구’

▲ 사물로 빛의 색깔과 소리를 만들어 내는 ‘일상의 오브제를 위한 연습곡’

미디어아트갤러리에서는 현재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 이외에 수시로 다양한 미디어아트 전시회를 교체 전시한다고 하니 을지 한빛 거리를 일대를 거닐 때라면 밤이라도 종종 방문해 볼 수 있는 코스로 잡아 봄직하다. 기업의 후원에 의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도 한 장점. 아직 끝나기엔 멀어보이는 겨울 밤 서울의 거리가 춥다고만 하지 말고 을지로로의 야간 나들이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은 겨울 나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JTN 서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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