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운운하지 말고 솔직히 과오 인정하고 정면 돌파해야

도요타의 추락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리콜 사태를 바라보는 대다수 일본인의 시각이었다. 일본인들은 이번 사태를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인들의 광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도 리콜 사태를 우려한다. 하지만 그들 다수는 미국인들이 이런 법석을 떠는 데는 ‘음흉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리콜은 늘 있는 일인데 웬 난리냐는 식이다. 레이 라후드 미국 교통장관은 하원 청문회에서 가속 페달 결함으로 리콜이 결정된 도요타 차량을 소유한 운전자들에게 차량 운행을 즉시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그 발언이 알려지면서 뉴욕 증시에 상장된 도요타 주식예탁증서의 가격이 6% 이상 폭락하는 등 주가가 요동치자 라후드 장관은 청문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리콜 대상의 차량 소유자가 결함이 의심된다면 대리점에서 수리 받아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아무튼 일부 일본인은 라후드 장관의 발언을 미국이 ‘일본 때리기’에 나선 증거로 해석했다. 그들은 곧바로 결함이 있는 페달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제조됐다는 점을 저적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은 미국인들의 그런 광분이 일본에 영구적인 피해를 주지 않고 이내 흐지부지되리라 확신한 듯했다.

BMW를 보라고 그들은 말했다. 2008년 에어백 결함 가능성으로 20만 대를 리콜했지만 독일의 기술 명성에는 전혀 흠이 가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듯하다. 실제로 사소한 기술적 결함에 따른 리콜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끔찍하고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킬 만한 문제로 수백만 대가 리콜되는 상황은 절대 흔치 않다.

도요타의 660만 대 리콜은 미국 역사상 여섯째로 대규모이며 가장 섬뜩한 사태 중 하나다. 대다수 자동차 회사는 실책을 솔직히 인정하고 정면돌파하는 방법을 뼈아픈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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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