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 시작된 지 겨우 한달 남짓이지만 벌써 올해의 첫 번째 도덕적 문제에 직면했다. 1월 초 한 친구가 새해엔 만성 우울증을 완전히 뿌리뽑겠다고 다짐했다. 그 친구는 수년 동안 약장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항우울제를 복용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지속적 효과는 없었다.

심한 부작용 탓에 약을 끊으면 금단 증상으로 근육 경련, 어지럼증, 두통 등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최근 의사로부터 효과가 아주 좋다는 새 항우울제를 추천 받았다. 그는 과연 그 약이 우울증을 말끔히 없애줄지 알고 싶다며 관련된 연구를 아느냐고 물어왔다. 물론 지난 20여 년 동안 진행된 항우울제 연구를 잘 안다.

초기의 3환계 항우울제부터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 졸로프트, 팍실, 가장 유명한 프로작 등), 세로토닌만이 아니라 노르에피네프린도 함께 표적으로 삼는 최신 항우울제(에펙소르, 웰부트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임상시험 자료를 훑어봤다.

그 자료 대부분에 따르면 항우울제는 환자의 약 4분의 3에게 도움이 된다. 그 일관된 결과가 항우울제의 유효성을 말해준다고 인식됐다. 웨일 코넬 의과대학의 정신과 교수 리처드 프리드먼도 최근 뉴욕타임스지 기고문에서 “항우울제의 안전성과 효과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한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8년의 한 중요한 연구가 발표된 이래 그 과학적 증거에 큼지막한 별표(*)가 붙게 됐다. 그러다가 지난 1월 미 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획기적인 논문이 그 별표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쉽게 말해 이런 이야기다. 항우울제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 대다수 환자의 우울증을 경감시킨다.

하지만 그 혜택은 환자들이 위약(placebo: 심리적 효과를 얻도록 하려고 주는 가짜 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와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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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