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 수여식에서 가장 행복한 선수는 당연히 금메달리스트다. 하지만 늘 그 다음으로 행복한 사람은 동메달리스트이며, 은메달리스트가 셋 중 가장 찜찜하게 느낀다고 생각했다. 직관에 반하는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우리 모두는 이뤄지지 않은 일에 집착하는 본능이 있다. 대개 은메달리스트는 자신이 약간만 더 빨랐다면, 조금만 더 힘을 냈다면, 조금만 더 착지에 신경을 썼더라면 금메달의 영광이 자신에게 돌아왔으리라는 생각에 괴로워할 가능성이 크다. 그와 달리 동메달리스트는 하마터면 아예 메달 수여식 단상에 서지도 못할 뻔했다고 생각하고 동메달이 어디냐며 기쁨에 젖는다.

최근 캐나다의 전국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의 기사가 그런 내 직감을 확인해주었다. 연구자들과 심리학자들의 견해를 근거로 은메달리스트는 부정적인 사고에 집착하지만 동메달리스트는 안도감이 극에 달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빅토리아 메드벡은 그것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if only)’라는 아쉬움과 ‘적어도 메달은 땄잖아(at least I won)’라는 안도감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메드벡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메달 수여식 단상에 선 선수들의 얼굴 표정에서 만족도를 측정했다.

메드벡은 만족도와 실제 성적 사이에는 정서적인 단절이 있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더 나은 성적을 낸 선수가 자신에게 진 선수보다 더 불만스럽게 느낄지 모른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대회 첫날 그런 사례나 나왔다. 프리스타일 모굴 경기에서 미국의 섀넌 바크는 동메달을 따고서도 황홀경에 빠졌다(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면 바크가 금메달을 땄다고 착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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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