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는 바티칸 대성당을 둘러봤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성모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시체를 무릎에 안고 슬퍼하는 그림이나 조각)상 앞을 지날 때 여행 가이드들의 설명이 들렸다. 미켈란젤로가 의도적으로 비례를 무시하고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크게 묘사했다는 설명이었다.

대성당에서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가려는데 속이 안 좋았다. 만약 그곳이 이탈리아가 아닌 다른 곳이었다면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러려니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탈리아의 성당에서 위대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막 나온 참이었다. 그러니 스탕달 증후군(Stendhal syndrome)이 틀림없지 않을까?

스탕달 증후군은 뛰어난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심장이 빨리 뛰고 의식 혼란이나 어지럼증, 심하면 환각까지 경험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발행된 ‘정신질환과 통계 편람’(DSM:정신의학계의 바이블로 불린다) 개정판엔 스탕달 증후군이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개정판에 ‘무기력 증후군(apathy syndrome)’과 ‘인터넷 중독(Internet addiction)’을 포함시키자는 제안이 나온 점으로 미루어 이 책에 ‘스탕달 증후군’이 포함되는 일은 시간 문제다. 이 증상의 명칭은 19세기 프랑스 작가 스탕달의 이름에서 따왔다.

스탕달은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성당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아름다운 미술품을 감상하다가 무릎에 힘이 빠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현상을 수 차례 경험하고 이런 사실을 일기에 적었다.

1989년 이탈리아의 정신과의 그라지엘라 마게리니는 ‘스탕달 증후군’이라는 책에서 피렌체의 경치나 예술 작품을 본 뒤 어지럼증과 가슴 두근거림을 경험한 관광객 100명(이중 일부는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의 사례를 설명했다. 마게리니에 따르면 위대한 예술 작품이 우리 몸에 이상을 일으킨다.



(기사전문은 뉴스위크 한국판 홈페이지에서 확인)

[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