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미 의회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료보장 개혁 비용으로 골치를 앓아 왔다. 그래서 지난해 그 비용을 의료업계에 분담시켰다. 제약업계는 향후 10년 동안 수입에서 800억 달러를 내놓기로 했다. 병원들도 이미 발생한 메디케어(고령자·장애자 의료보험)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의료비에 대한 정부 급여금 1550억 달러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의료기기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200억 달러의 세금을 내기로 했다. 유독 의료업계의 핵심인 의사들만 비용 분담을 거부했다. 미국의학협회(AMC)는 의료보장 개혁이 회원들의 수입에 타격을 주지 않을 경우에만 협조하겠다고 선언했다. 텍사스 의대의 가정의 하워드 브로디는 의사들이 자신들의 수입 보호를 요구하고 나선 처사에 대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이 국가의 의료보장 비용 해결에 협조할 도덕적인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의사들이 부적절한 치료로 의료 비용을 높인다는 점”이라고 브로디는 말했다. 미국의 의료 비용 가운데 약 5분의 1에서 3분의 1(최소 5000억 달러)가량이 환자에게 별반 도움이 안 되는 검사와 치료에 들어간다.

응급실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CT(컴퓨터 단층촬영), 감기에 처방되는 항생제, 자궁 경부가 없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팹 테스트(자궁암 검사법 중 하나) 등등이 그런 경우다. 우리는 지금부터 이 ‘등등’에 어떤 것들이 포함되는지 밝혀내야 한다.

브로디는 최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서 진단이나 치료 과정에서 시행 빈도와 비용이 높은 시술 중 일부, 또는 모든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항목을 의학 전문분야별로 5가지씩 가려내자고 제안했다.

‘5’라는 숫자는 하나의 제안에 불과하다. 상징적인 의미로는 충분하지만 과학적으로 여전히 유효성 논란이 이는 시술(예컨대 50세 이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 1회 유방 X선 검사)을 모두 제외시키기엔 부족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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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