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문 수의사라고 신분을 밝히면 대개는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렇다. “애완동물이 암에 걸렸다고 치료를 받나요?” 물론이다.

미국의 최첨단 동물병원에서 매일 고양이와 개(담비와 고슴도치도 가끔씩 있다)에게 방사선 치료와 화학치료를 해준다. 우리 병원에는 신경외과, 피부과, 안과의 전문의들이 즐비하다.

애완동물 주인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을 구하려고 1만 달러의 지출도 마다 않는다. 지나치다고?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인간’ 가족에게 쓰는 돈은 그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연간 668억 달러(고령과 장애자 의료보장 제도에 드는 비용 전체의 약 3분의 1)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생의 마지막 2년을 남겨둔 환자의 치료비로 지출된다.

대개 의사들은 나중에 소송을 당하지 않으려고 그런 비싼 치료를 강행한다. 가족들이 가능한 모든 치료를 다 해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모든 비용이 보험으로 처리된다는 사실 때문에 의사와 환자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검사와 치료를 남용하게 된다. 내 동물 환자의 약 90%는 노환에 시달린다.

얄궂게 들리겠지만 인간의 의료체제도 동물 병원의 관행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애완동물 건강보험도 물론 있다. 주인의 약 3%가 보험에 든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치료비의 상당 부분을 본인이 부담한다. 그러니 당연히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꼼꼼히 따져본 뒤 선별적으로 한다.

내 경우엔 환자의 상태가 어떠하며 의심이 가는 점이 무엇이고 그에 필요한 검사는 어떻다고 설명한다. 필수 검사와 부차적 검사의 순위를 매긴 뒤 각각의 개략적인 비용을 제시한다. 고객은 어떤 검사와 치료가 중요한지,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비용은 어떠한지 비교 분석한 뒤 하나를 선택한다.

이런 복잡한 단계적 접근법이 시간낭비일지 모른다. 하지만 비용도 비쌀뿐더러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검사의 수를 크게 줄여주는 방식이다. 만족도도 훨씬 높다. 인간이든 애완동물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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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