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1971년 여름 어느 날 집에 들어갔더니 어머니와 할머니가 거실에서 날 기다리고 계셨다. 나에겐 가장 소중했던 두 분이 합심해서 내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임신한 사실을 더는 부인할 수 없었다. 신앙이 독실한 집안에 17세 미혼녀의 임신 소식은 말 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가족 모두의 수치였다. 내 생애에 그처럼 고통스러운 순간이 또 있었을까? 하지만 그 자리에서 섀킬 라숀 오닐의 임박한 출생이 알려졌다. 38년이 흐른 지금 미래가 안개속인 임신한 여자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55세의 나이에 내가 무릎에 두 손을 포갠 채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삼키며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당시 어머니와 할머니는 내게 이실직고하라고 다그쳤다. 직장도 없고 대학도 가지 않았기에 제 앞가림도 힘든 상황이었다. 더구나 어려서 아기를 가지면 미래를 꿈꿀 기회가 사라지거나 기약 없이 미뤄질 게 뻔했다. 어린 머리로는 임신한 이유를 설명하기가 불가능했다.

돌이켜보면 현재 비슷한 상황에 처한 여자아이들이 가진 이유나 당시의 내 이유나 결코 다르지 않다. 최근 들어 이 문제를 많이 생각한다. 10대 임신이 10년 이상 줄어들다가 다시 3% 늘었다는 소식이다. 낙태도 1990년 이래 처음으로 1%가 늘었다. 흑인 여성의 경우 조짐은 더욱 불길하다.

미국 전체의 낙태 건수 중 흑인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40%다. 그 이유를 헤아리기 힘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다르다. 어린 시절 많은 상처를 입었다. 가장 큰 충격은 세 살 때 부모의 이혼이었다. 오빠와 언니, 그리고 나는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다. 자긍심을 잃고 자기회의에 시달렸다.

어린 시절 내내 내가 쓸모 있다거나 똑똑하다거나 예쁘다는 생각을 엄두도 못 냈다. 열두 살 때 이미 키가 180cm를 훌쩍 넘었다. 불행하게도 내 삶에서 어른들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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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