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CSI’나 ‘NCIS’ ‘본즈(Bones)’ 같은 범죄과학 드라마가 큰 인기다. 실제 재판에서도 배심원들이 과학수사를 바탕으로 한 증거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1989년 뉴욕주 북부에서 발생한 한 살인사건의 재판이 좋은 예다. 한 범죄과학자가 피고 소유 픽업 트럭의 표면 얼룩에서 발견된 청바지 자국이 희생자가 입었던 청바지에서 나왔다고 증언했다.

그 범죄과학자는 얼룩에서 찾은 섬유 흔적과 바느질 자국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그 지역에서 200벌밖에 팔리지 않은 청바지에서 나온 자국이며, 트럭 바퀴 부분에서 발견된 흙도 범죄현장의 흙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배심원단은 그녀의 설명을 받아들여 피고가 유죄라고 결론 냈다.

TV 드라마라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을지 모른다. 치아로 물린 자국과 신발자국, 모래알(예컨대 용의자의 신발에 묻은 모래알과 희생자가 살해당한 해변의 모래알이 일치할 경우) 등을 통한 과학수사로 살인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위의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자는 DNA 분석 결과 무죄로 판명돼 수감생활 20년만인 2008년 석방됐다.

예외적인 경우려니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사람들의 혐의를 벗겨주는 활동을 하는 미국의 비영리 법률단체 ‘무죄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에 따르면 1989년 이후 DNA 분석을 통해 무죄로 판명된 수감자가 252명에 이른다. 그리고 그중 50%가 “정확성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부적절한 과학수사”에 근거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 경우가 50%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랍다. 2009년 미 국립과학원(NAS)이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DNA 대조를 제외한 다른 많은 과학수사 기법의 경우 범행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되는 신발이나 치아, 섬유, 모래알 등의 특성과 동일한 특징을 지닌 사례가 얼마나 더 있을지에 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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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