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친구 아버지가 잘나가는 코스닥 기업 KDC 주식에 투자해 집 한 채 값에 맞먹는 큰돈을 벌었다. 그 회사의 3차원 기술이 앞으로 유망하다고 확신한 그는 1년여 전에 그 주식을 주당 1000원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대량 매수했다.

그 주식이 2009년 초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그는 당시 이미 상당한 이익을 남겼다. 그러나 진짜 대세 상승은 11월에야 시작됐다. 주가가 거의 매일 성큼성큼 오르기 시작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KDC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를 놓고 주장과 추측이 난무했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리려는 욕심으로 새로운 매수세가 몰리면서 거래량이 급증했다. 주가는 1월 6일 천장을 쳤다. 가격은 무려 1만450원. KDC 주당 순이익(당기 순이익을 발행 주식 총수로 나눈 값)의 수백 배에 달하는 가격이었다. (친구 아버지처럼)

불과 1년여 전인 2008년 10월 27일에 390원하던 바닥 시세에 운 좋게 매수해서 적기에 매도했다면 투자 원금의 20배를 벌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사람은 많지 않았을 성싶다. 이른바 ‘작전주’의 전형적인 패턴은 기본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개미 투자자로부터 내부자와 전문 투자자에게로 자본이 이동하는 양상을 보인다.

내부자 등은 개미 투자자들이 주가를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밀어 올려주는 행운에 쾌재를 불렀으리라. KDC의 매매 패턴을 살펴보면 주가가 천장을 친 직후 주식이 대량 매도됐다. 현명한 (또는 적어도 큰손) 투자자가 떠났다는 뜻이다. 그들이 털어내는 주식을 받아먹는 사람은 누구일까?

개인 투자자들이다. 이웃집 아줌마,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 또는 단골 미용실의 주인이다. 남녀노소, 박사나 고교 중퇴자 불문하고 각양각색의 사람이 이 주식을 매수했으리라.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KDC의 떨어지는 칼날을 덥석 움켜쥘 만큼이나 증권투자 지식이나 두려움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현재 4000선을 약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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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