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커보키언 박사에게 전화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무슨 뜻인지 뻔하다. 잭 커보키언은 ‘의사의 도움을 받는 자살(‘존엄사’ 또는 ‘안락사’)을 강행해 ‘죽음의 의사(Dr. Death)’로 불리며 사회적 논쟁을 불러온 장본인이다. 커보키언을 다룬 HBO의 최신 TV 영화 ‘당신은 잭이 누군지 잘 몰라(You Don’t Know Jack: 알 파치노 주연)’는 어떻게 그가 그처럼 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갖게 됐는지 조명했다.

존엄사를 합법화하려던 그의 노력은 1990년대에 추진력을 얻었다. 이름을 날리고 싶어하는 변호사 지오프리 피거(대니 허스턴 분)의 도움이 컸다. 커보키언은 애초에 연방 대법원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려 했지만 CBS TV의 인기 사회고발 프로그램 ‘식스티 미니츠’가 그를 출연시켜 결과적으론 그보다 더 큰 홍보 효과를 얻었다.

이 정교한 영화는 사회 쟁점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이유가 시의적절하기 때문이 아니라 언론이 집중 조명을 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 영화는 제목만큼이나 재미있다. 하지만 깊은 철학이 깔려 있다. 커보키언에게 변호사가 필요할 때 그의 여동생은 이름을 아는 유일한 사람을 추천한다.

TV의 의료과실 광고에서 본 지오프리 피거다. 명성에 굶주린 피거는 커보키언이 우연히 선택한 변호사이긴 했지만 그의 목적에 완벽히 부합하는 인물이다. 피거는 기자들과 카메라 앞에서 미시간주의 한 검사를 조롱해 자신의 고객인 커보키언을 기소하게 유도한다. 그는 “언론 홍보는 이렇게 하는 거요, 잭”이라고 말한다.

그 뉴스는 미국 전역의 언론 매체에 보도된다. 커보키언의 이야기가 뉴스위크에도 실리자 한 친구는 이렇게 격려했다. “이제 자네는 지방의 돌팔이 의사가 아니라 미국의 돌팔이 의사야.”이 영화는 커보키언에게 동정적인 면을 보이면서도 논쟁을 부추기지는 않는다. 영화 자체가 언론 홍보의 달인임을 보여준 셈이다.

(기사전문은 뉴스위크 한국판 홈페이지에서 확인)

[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