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봄 이탈리아의 코모 호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세계경제가 휘청거렸다. 그곳에서 상거래와 금융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과 유사한 성격의 행사로 글로벌 자본주의의 잘나가는 거물들이 분수대 주변을 거닐며 서로 속마음을 터놓는 자리다.

하지만 그 해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모든 토의에서 다가오는 경제위기의 천둥소리가 도드라졌다. 느긋하게 쉬며 친분을 쌓아야 할 시간이 걱정하고 반성하는 시간으로 변했다. 갑자기 바위가 아니라 모래 위에 세워진 듯이 느껴지는 금융체제 시스템, 경제와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우려하고 반성했다.

이제 지난 몇 년 동안 세계를 짓눌렀던 경기침체가 물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좀 더 절제되고 진지한 자본주의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하지만 나 자신을 포함해 그 체제 안에서 일할 사람들에 관해 의문이 생긴다. 어떤 면에서 우리가 모자랐을까?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더 근본적으로는 인간으로서 우리 자신을 보며 어떤 교훈을 얻었나? 금융위기의 이런 좀 더 개인적인 측면이 최근 몇 달 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금융업 종사자로서 만이 아니라 성공회 목사로서도 그렇다. 우리 모두는 ‘구분화’의 죄를 범했다. 우리 삶을 규칙이 다른 여러 영역으로 나눴다는 뜻이다.

이 죄는 직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회사 사무실은 점차 중립적인 세계로 변해간다. 그런 세계에선 가치(주주가치를 제외한 개념), 올바름(합법과는 반대되는 개념), 지혜(실용성과 별개의 개념)의 문제가 제기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 자신과 세계 전체가 성취의 길을 찾으려면 이런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어쩌면 성취의 길은 영원히 도달이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진전과 개인의 행복은 앞길을 인도하는 이상적인 원칙을 우리가 얼마나 지키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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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