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제2의 대공황을 피했다는 건 이제 상식이 됐다.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은 1930년대에서 교훈을 얻었다. 2008년 후반 금융위기의 징후가 뚜렷해지자 이들은 신속하고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유럽중앙은행 같은 중앙은행들은 금리인하를 통해 궁지에 몰린 금융기업과 소심해진 투자자들에게 넉넉하게 돈을 빌려줬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감세와 추가지출의 ‘경기부양 대책’을 승인했다. 불황이 진정됐다. 개인소비 지출 감소와 실업률 증가의 악순환이 역전됐다.

끔찍한 경기침체였지만 제2의 대공황은 아니었다.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 과연 그럴까? 그리스 사태는 이런 낙관적인 해석에 의문을 제기한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며 경제위기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이 새로운 단계에서는 선진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 부담이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대공황과의 비교가 여전히 유효하며 불안감을 자아낸다. 지금도 그때처럼 우리는 세계 경제 시스템에 일어나는, 우리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커다란 변화의 포로일지도 모른다. 역사가들은 갈수록 대공황을 광범위한 지정학적 격변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1차 대전으로 기존의 글로벌 경제질서가 붕괴됐다. 영국이 좌우하던 기존 글로벌 경제질서는 무역을 활성화했으며 금본위제도에 기초했다(금본위제도에서는 지폐의 금화 또는 금괴 전환이 가능했다). 전쟁은 또한 세계적으로 막대한 부채를 초래했다. 독일은 전쟁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고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에 거액을 빌려줬다.

전쟁 전의 질서를 재건하기는 불가능했다. 영국은 너무 약했고 금본위제도는 너무 제한적이었으며 부채는 너무 무거웠다. 그러나 그런 전전(戰前) 질서에서 이룬 번영의 기억 때문에 각 나라는 계속 애를 썼다. 이런 부질없는 노력이 불황을 초래했다. 경제난이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르러서야 비현실적인 목표(금본위제도 유지, 부채 상환)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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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