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의 발생을 둘러싸고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4월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 면역·호흡기질환센터 소장인 앤 슈채트 박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는 멕시코와 미국에서 환자가 발생한 이 바이러스와 관련해 공중보건 당국이 그때까지 알아낸 사실을 설명하려 애썼다.

“이것은 조류 독감이 아니다.” 그날 미국 전역에서 전화로 회견을 청취하던 기자들에게 슈채트가 말했다. 전문용어로 H5N1으로 알려진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1997년부터 주로 아시아에서 나돌았다. 이번 바이러스는 돼지 인플루엔자, 다시 말해 곧 H1N1이라고 불리게 되는 신종 플루였다.

“이 바이러스는 새로운 종류”라고 H1N1을 가리켜 슈채트가 말했다. “돼지·인간·조류 인플루엔자의 상이한 요소 두어 종이 결합했다.”돼지·조류·인간 질병의 칵테일이라고? 하지만 실상 그렇게 새삼스러운 내용도 아니다. 조류 독감과 돼지 인플루엔자를 포함해 사람에게 새로 생기는 감염성 질환의 무려 75%가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이다.

이는 동물에게서 유래됐다는 뜻이다. 그 밖에 인명을 앗아가는 인수공통 전염병으로는 HIV/AIDS(아프리카 야생 침팬지에게서 인간으로 전염)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박쥐) 등이 있다. 말라리아는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진화해 왔다고 생각됐지만 지금은 사람이나 동물 모두 걸리는 듯하다.

스탠퍼드대의 전염병 전문가 네이선 울프 연구팀은 유전자를 분석한 뒤 지난해 8월, 말라리아가 침팬지에게서 발생한 뒤 어느 시점엔가 인간에게로 번졌다고 발표했다. “주요 질병들이 이 같은 패턴으로 발생했다”고 울프는 말했다. “그리고 새로운 유행병에도 이런 패턴이 나타난다.”

그러나 공중보건 당국은 이런 패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한 가지 큰 이유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실마리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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