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은 산불방지 입산통제 기간이 끝나는 날이었다. 이제 트레킹 떠나기 제격인 시절이 왔다. 강원도 정선 백운산(1426m)은 하이원리조트가 생기기 전만 해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리조트가 들어선 후 그 주변으로 몇 가닥의 트레일이 생겼는데 5월이 되면 이 길 주변으로 야생화가 만발한다. 백운산 꽃길 트레일은 하이원컨트리클럽 18번 홀에서 출발해 백운산 정상 마천봉에 오른 뒤 예전 석탄 캐던 광부의 출퇴근길로 쓰였다는 화절령으로 이어진다.

총 길이 10㎞. 경사가 완만해 서너 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 트레일이 시작되는 지점은 처녀치마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서너 송이 붙은 꽃잎이 예쁜 치마를 입은 처녀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

처녀치마는 귀한 야생화다. 이번 트레킹에서도 보지 못했다. 대신 수줍게 꽃을 피운 얼레지를 만났다. 트레킹 시작 후 처음 만나는 야생화. 얼레지는 슬픈 이름이 있다. 피부질환처럼 얼룩덜룩한 꽃을 피운다 해서 얼레지라 불린다.

얼레지는 야생화의 여왕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도 있다. 땅바닥에서 수줍게 올라온 꽃은 진한 자주색을 발하고 하늘을 향해 활짝 만개한다. 꽃이 질 때는 고개를 땅 밑으로 처박는다. 한없이 수줍음을 타는 새색시처럼 말이다. 얼레지는 원래 5월이 되면 꽃이 사그라진다.

그러나 올봄 이상저온 현상으로 보름 정도 늦게 꽃을 피웠다. 해발 1300m 능선에서 산 정상으로 향하는 좁은 트레일에는 얼레지와 함께 수많은 야생화가 수를 놓고 있다. 담뱃잎처럼 너른 이파리를 자랑하는 박새가 하늘로 솟구쳐 오른 가운데 선괭이눈·털개별꽃·노루삼·홀아비바람꽃·양지꽃 등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비단길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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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