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은 가정의 중심이자 가족 간의 유대 관계를 지켜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꿈과 야망을 세우기도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 중에 거쳐 나가야 하는 단계인 것이다. 원시시대 동굴 속에서도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함께 모여 음식을 먹으며 가족애를 다졌고 식사 예절을 통해 사회생활의 기본규칙을 익혀왔다. 사업을 할 때에도 저녁식사의 의미는 거래의 완성이자 예의와 지혜, 믿음을 굳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어릴 적 식탁 앞에서 수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훗날 그 영향이 평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사업가의 기본은 화내지 말아야 하며, 남을 쉽게 비난해서도 안 되고, 불평을 늘어놓아서도 안 된다. 화는 판단을 흐리게 하고 화를 낸 후에는 반드시 후회가 따른다. 침착해야하고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어릴 적 식탁 앞에서 꾸중을 들었을 때 화가 난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던 아이와 눈물을 삼키며 식사를 마친 아이의 미래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부탁에 시달린다. 하지만 거절하는 법을 몰라 대답을 질질 끄는 경우가 있다. 단호하게 거절을 했을 경우 상대방이 난처해할까 쉽게 대답을 못하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거절을 하되 부탁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지만 도와줄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선 간단명료하면서도 예의를 갖춰 말해야 한다. 상대를 기다리게 두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해결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심어주고 기다리게 하면 시간과 돈을 더욱 낭비하게 되어 상대에게 다른 기회마저 빼앗는 경우가 생긴다. 빠른 시간에 한 거절은 부탁한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식사 약속을 하고 사정이 생겨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늦은 취소 전화는 상대방의 저녁을 망치고 다른 저녁약속까지 못 잡게 하는 낭패를 가져오게 한다. 나 아니어도 다른 사람과 저녁을 할 수 있겠지 혹은 나 아니어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 하며 상대와의 약속이나 부탁에 여유를 부린다면 다시는 상대에게 유일한 약속과 부탁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사업을 하는데 있어 약속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부탁하거나 부탁을 받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명심해야 한다.

식사예절은 여러 사람과 함께 할 때뿐만 아니라 혼자 있을 때에도 지켜야 한다. 식사 시간에 자연스럽게 보여 지는 행동과 말로 사람의 본성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가정교육을 잘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포로수용소에 있던 영국 장교들은 끔찍한 상황에서도 모든 장교들과 군인들에게 식사 예절을 철저히 지키라고 명령했다. 아무리 명예와 권력을 가졌다 한들 배고픈 자 앞에 풍요로운 식탁은 이성을 잃게도 할 수 있으나 진정 성숙한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은 절대 자신과의 규칙을 깨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자존심을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마음과 재물이 풍요롭고 성공한 사람들 중에 뚱보는 없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며 상대로 하여금 빈틈을 주지 않는다. 세계적인 몸매 관리 전문가를 만난 뚱보 기업 간부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몸매 관리를 할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싶어 애절하게 다가가 물었다. “최근에 갑자기 살이 너무 쪘습니다. 어떻게 하면 살을 뺄 수 있는지 비결을 가르쳐주세요.” 뚱보 간부는 설레는 마음으로 몸매 관리 전문가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아까 잠시 지켜봤는데 먹는 것 좀 제발 줄이세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식탐이 많고 미식가인 뚱보 간부가 멋있다고 생각이 들 때는 계산을 할 때 잠시 뿐이다.

가정에서나 밖에서나 저녁식사는 대화를 풍성하게 하고 크고 작은 거래가 이루어지게 한다. 멋진 저녁식사 후에 거래가 성사되면 그날을 잊지 못할 것이고 오랫동안 식탁의 음식을 칭찬할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음식을 먹고 감탄을 하면서도 요리사에게 칭찬을 아낀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우리에게 많은 꿈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셈인데 말이다. 회사를 풍요롭게 해주는 직원들의 수고를 잊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거래가 성사되는 저녁식탁의 칼자루를 쥔 요리사의 수고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준희 가수 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 가수 박준희는...

1990년대초 '눈 감아봐도'로 데뷔, 그룹 콜라 활동. 현재 추계예술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 또라이들'이라는 저서를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