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균 5백만 마디의 말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은 과연 이 5백만 마디의 말을 제대로 하고 살고 있는가.

누구나 말을 잘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안이라는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된다. 실수를 할지 모른다는 걱정과 결과에 대한 좌절감을 맛보게 될까 두려운 것이다. 말은 대화의 소통만을 위한 도구뿐만 아니라 나의 의지를 표현하고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말을 잘하기 위해선 말을 듣는 상대의 귀를 열게 하는 테크닉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시이 히로유키의 '콜드 리딩(COLD READING)'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만나는 여성과 함께 대화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먼저 그 여성이 활발한 성격인지 내성정인 사람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활발한 성격일 경우 그녀는 주위에 사람은 많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는 몇 명 없고, 겉으로는 활발하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여린 사람이다. 큰 것에는 대범하지만 작은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잔병치례는 없지만 1년에 한두 번 크게 아플 것이다. 내성적인 경우 그녀는 처음에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말도 많고 활발한 성격이고 소심해보이지만 심지가 굳고 잔병치례가 잦은 대신 크게 아프진 않을 것이다. 이렇듯 겨우 두 가지의 성향을 구분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으로는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일은 푹 빠져서 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먼저 듣게 되는 경우에는 나를 진심으로 볼 줄 아는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 '콜드 리딩'이란 사전 준비 없이 갑자기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을 말하는데 좋은 대화가 오가기 위해서는 대화의 시작을 서로에게 얻는 정보를 가지고, 누구나에게 적용되는 말로 긴장을 늦추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화법은 상대방과의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지 사람을 만나는 목적만으로 이용을 한다면 단순한 기술에 불과하다.

대화뿐 아니라 말이 가장 중요한 순간은 취직을 위한 면접을 볼 때다. 키도 크고 외모도 훌륭한 한 청년은 매번 면접에서 실패를 했다. 이유는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어눌한 말투와 초점이 흐린 눈, 어색한 행동 때문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어학연수까지 다녀온 그는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하기 기능에서 내용은 7%, 말투가 38%, 신체 표현이 55%를 차지하는데 그는 아무리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훌륭하다고 해도 그것을 전달하는데 매우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던 것이다. 얼마 후 그는 스피치교육을 받은 후에 당당히 취직을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스피치 기술의 부족으로 면접의 관문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성공의 시작인 스피치 교육의 실천을 들여다보자.

1. 상대방이 결론을 내리도록 말한다. 2. 먼저 듣고 나중에 말한다. 3. 긍정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4.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한다. 5. 객관적으로 말한다. 6. 대화 방식에 신경을 쓴다. 7.일과 사람을 분리해 말한다. 8. 좋은 감정은 즉각 표현하고 비난은 자제한다. 9. 짧고 간결하게 말한다. 10. 적절한 용어를 사용한다.

심재혁 레드캡 투어 사장은 1970년대 LG상사에 입사한 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았다. 아마 당시 이와 같은 수출 역군들은 최소 5만명 정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심재혁 사장은 물건을 파는 일 이외에 자신만의 일을 동시에 했다. 외국 출장을 나갈 때마다 현지의 음식과 술을 맛보는데 취미를 가진 것이다. 나라마다 술의 역사와 종류, 맛 그리고 술잔의 모양까지도 공부했다. 20여 년간 취미로 했던 일이 수년 전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사장으로 취임을 하면서 빛을 발했다.

“폭탄주는 없어져야 할 한국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서양에서도 마셨어요. 미국에서는 '보일러 메이커'라고 하고 영국이나 싱가포르에서는 '뎁스 차지'라고 부르죠. 우리 조상들도 예로부터 '자중홍'이라고 해서 막걸리에 소주나 홍주를 타서 마셨다고 합니다. 자, 여기 '회오리 술' 드실 분?” 얼마 후 그의 폭탄주 강연과 제조 퍼포먼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워낙 목소리 톤이 일정해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그의 말투였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앞에서 지루해 할 사람은 없었다.

전문 스피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말, 나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갖춰야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봉사를 하며 말년을 보냈던 오드리 햅번이 국제 구호단체에서 강연을 한다고 생각해보자.아마도 그녀의 스피치 솜씨를 기대하고 그 자리에 나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지 청중은 들을 만한 말에 귀를 기울이게 돼있는 것이고 독특한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귀를 여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대 웅변가 데모스테네스는 심각할 정도로 말을 더듬었으며 폐가 약해 긴 음절이나 문장을 한꺼번에 말할 수 없고 중간 중간 숨을 쉬어가며 어렵게 말을 이어가야 했다. 그런 그가 대 웅변가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뒷받침됐다. 발음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입 속에 작은 돌멩이를 집어넣고 발음 연습을 했고 폐활량을 키우기 위해 가파른 언덕을 뛰어오르기도 했다. 어깨를 추켜올리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날카로운 칼날 밑에서 연습을 했고 불필요한 행동을 자제하기 위해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관찰했다. 또한 지식을 쌓기 위해 서재에서 한 달이 넘도록 독서만 했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유혹 때문에 머리와 수염을 반쪽씩만 깎았다고 한다. 그리고 문장력을 기르기 위해 세지데이즈라는 역사가의 저서를 여덟 번이나 베껴 쓰기도 했다고 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과 말이 많은 사람은 분명 다르다. 진정한 스피커가 이 시대를 움직이고 다양한 콘텐츠는 성공을 보장한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위치에 있던 자기만이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잘 활용해 멋진 인격의 스피커가 되자.

박준희 가수 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 가수 박준희는...

1990년대초 '눈 감아봐도'로 데뷔, 그룹 콜라 활동. 현재 추계예술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 또라이들'이라는 저서를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