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뮤지컬 '아이돌'을 통해 본 그들의 꿈

'문화란 무엇인가'란 인류학 개론에서는 '문화란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학습되고 공유되어 그것이 양식화 되면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그 속성을 정의하고 있다. 예컨대 무인도에서 홀로 체계를 이룬 생활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해도 자신과 타인의 공통된 양식으로 나누지 못하면 단순한 현상일 뿐이지 문화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반복된 학습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서서히 받아들이고 양식화 한다면 현상을 넘어선 새로운 문화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를 기성층은 다양한 문화에 대한 개념정립을 완성했고 청소년들은 기성층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아야 대립이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성층 문화에 동의하지 않고 거부하면서 저항적인 '청소년 문화'는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물론 끊임없는 기성세대와의 대립은 발전과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문제는 청소년의 급속한 변화에 둔감한 기성층의 교육이나 정책들이 실효성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청소년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문화는 학교문화와 대중문화를 들 수 있다. 학교 규율과 교사의 가르침에 의해 학습되어지는 문화와 대중매체의 노출로 인한 추종 행위를 시작으로 게임, 스포츠, 연예인 등으로 그 관심의 범위는 확장되고 있다. 과거 기성층에서 이뤄낼 수 없었던 새로운 직업들이 최고 연봉을 자랑하면서 문화의 범위도 넓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특수 계층의 청소년들 아니고서는 대부분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만들어갈 수 있는 문화에 대해 소극적인 양상을 취할 수 밖에 없다. 여전히 입시위주의 교육 시스템은 가능성을 내제하고 있는 창의적인 아이들에게 벽이 되고 있으며, 기성세대의 노파심으로 인해 집단 움직임 또한 자제되고 있으니 청소년 문화는 발전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의 문화가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느냐 하니, 청소년을 이해하려는 기성세대의 태도 변화이다.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에게 기대하거나 좋은 대학 졸업장만이 행복한 삶을 보장받는 것처럼 길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청소년들은 부모의 반복적인 지시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변화된 부모들은 매우 열정적으로 아이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의 꿈이 유명 스타가 되고 싶은 데 있다면? 꿈을 꾸어야 하는 나이에 가장 많이 접할 수 있었던 모습이 바로 연예인 아니면 스포츠 스타이기 때문에 스타 혹은 아이돌스타가 되기를 원하는 청소년들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만약에 부모가 좀 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게 했더라면 이런 심각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연예인 지망생들이 너무 많고 흔하기 때문에 순수한 열정으로 꿈을 향해 도전하는 아이들의 모습마저 한심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것도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만약 당신들의 자녀가 연예인이 되길 꿈꾼다면 보다 성숙한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 훈련과정 속에서 분명 많은 공부를 하게 될 것이고 자칫 지루할지 모르는 앞날에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재능이 없는 아이가 스타개발 시스템에 적응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 그 판단을 명확히 하고 보다 부드러운 방법으로 다양한 삶의 길을 제시해 줘야 한다.

△하이틴 뮤지컬 '아이돌' ⓒJTN NEWS

하이틴 뮤지컬 '아이돌'이 입시의 고통에서 신음하고 있는 청소년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이러한 청소년 문화의 굶주림에서 시작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3년에서 5년 이상의 트레이닝을 받은 연습생들이 배우가 돼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아이돌'은 실제 연습생들의 고민과 현실을 담아 많은 화제가 됐다. 90년대 아이돌 가수였던 내가 이 뮤지컬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게 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방송작가이자 배우 및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를 쓴 이재국 작가,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로 옥랑희곡상을 받은 정범철 연출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f(x) 보아 등 최고 아이돌 가수들의 작품을 만든 홍지유 작사가, 그리고 신화 빅마마 등의 곡을 작곡한 이창현 씨와 동방신기 등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의 곡을 쓴 이상인 씨 등이 대거 참여해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줬다.

대한민국 청소년의 꿈 1위가 아이돌스타라는 언론보도도 속속 나오고 있듯, 이제 아이돌이 되고 싶은 청소년들은 하나의 사회현상이자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뮤지컬 '아이돌'은 남들은 허황됐다고도 말하는 그 힘겨운 과정을, 자신의 꿈 하나만 보고 달려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진솔되게 보여준다. 분명 그 과정 속에는 자신의 꿈을 성취해내는 청소년들이 있을 수도 있고 새로운 꿈의 도전기가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뮤지컬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70분이란 짧은 공연시간, 빠른 이야기 전개, 저렴한 티켓가격으로 제작됐다는 점 또한 공연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성인 관객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전해주고, 청소년들에게는 자신의 꿈을 돌아보게 만드는 하이틴 뮤지컬 '아이돌'은 부모와 청소년이 함께 봐도 손색없는 작품이다.

그동안 어른들의 편견과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아이들의 꿈, 이제 그들의 목소리에 주목할 때다.

박준희 가수 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 가수 박준희는...

1990년대초 '눈 감아봐도'로 데뷔, 그룹 콜라 활동. 현재 추계예술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있으며,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 또라이들'이라는 저서를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