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느리지만 의미있는 흥행

강풀 작가의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그대사)가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마파도'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등 내로라하는 원로배우들이 등장해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는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5위(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로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으로 출발했다.

'예상보다'라는 말이 붙은 것은 개봉 전 열린 언론-VIP-일반 시사회에서 호평이 자자했기 때문.

개봉 전부터 영화에 대한 평점이 이례적으로 높아 여러 차례 기사화된 바 있다.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9.61점에 달했다.(2011년 2월25일 기준)

이처럼 '그대사'는 '원작의 매력을 살리지 못하는 영화'가 될 것이란 우려를 깨고 영화적 영상미를 잘 살려냈는가 하면, 배우들의 관록있는 연기가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대사'는 첫 주의 부진을 깨고 느리지만 의미있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8일째인 현재까지 '그대사'는 전국 29만4천44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곧 3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그대사'는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어르신들의 아름다고 순수한 사랑을 그린 영화다.

하지만 노인들의 사랑이라 막연히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정말 있는 걸까.

한 포털 영화 리뷰란에 버젓이 '징그럽다'는 제목으로 악평을 남긴 네티즌이 눈길을 끈다.

이 리뷰에는 "노인들의 사랑은 징그럽다. 어쩔 수 없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굳이 노인들이 사랑하는 걸 영화로 공개할 필요가 있나"라고 쓰여 있다.

마지막에는 "영화를 볼 때 노인들이 사랑한다는 사실 보다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한다는 시각으로 보면 좋겠다. 사랑하는데 노인 나누고 젊은사람 나누고 좀 안했으면 좋겠다"며 그의 깊은(?)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온라인 포털에 이 글이 올라오자마자 많은 네티즌들이 "사람들은 누구나 늙기 마련이고, 세월을 거스리기 힘들다" "'징그럽다'는 표현은 너무한 것 아니냐" "우리 부모님도 나이를 드셨다"는 등 반박 댓글을 달았다.

이 네티즌은 영화를 보지도 않고 무작정 노인들의 사랑을 영화화했다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고, 자극적인 제목의 글을 남겼다.

글을 읽으며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영화를 만든 관계자들, 강풀 작가, 그리고 무엇보다 열연을 펼친 출연배우들이 혹여나 이 글을 읽고 가슴이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노인들의 사랑은 징그럽다고? 아직 '나는 젊으니까',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니까' 타인의 사랑을 '징그럽다'는 표현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사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류 전체가 누려야 할 세상 최고의 가치라고들 한다. 세상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비판한 자격을 갖추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그게 실재든, 영화 속 허구든 말이다.

특정 영화를 홍보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 안타까운 네티즌평을 읽으니 갑자기 '울컥' 영화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다.

비록 힘없고 가난한 어르신들의 사랑이지만 '그대사'가 보여주는 사랑은 요즘처럼 척박한 세상에 한 줄기 빛처럼 가슴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드라마 작가인 김수현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그대사'를 본 후 "불필요한 과장도 감정과잉도 없이 담담하게 풀어낸 솜씨가 아주 좋았고 하나같이 선하고 순수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애달프면서도 아름다웠다"며 영화에 대해 호평하기도 했다.

많은 관객들이 높은 평점을 매기고 흥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하니 다행이란 생각마저 든다. 특히 요즘 한국영화를 보면 잔혹하고 폭력적인 영화들이 많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참 많은데 '그대사'가 그런 걱정들을 조금은 무마시켜 주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요즘 인기있는 스타들이 출연하지 않았어도, 엄청남 제작비를 들이지 않았어도 충분히 영화화되고 스크린을 점할 수 있다는 것을 '그대사'가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JTN 현화영 기자 blackmania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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