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1년 설립 후 2002년 '여섯 개의 시선'을 시작으로 2011년 '시선 너머'까지, 다섯 편의 옴니버스 영화와 두 편의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한 편의 장편영화까지 총 여덟 편의 영화를 기획, 제작했다.

박찬욱, 장진, 류승완 등 수많은 감독들의 참여로 영화인들의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 사랑을 뒷받침하는 꾸준한 프로젝트 제작으로 시선 시리즈는 하나의 인권영화 브랜드가 됐다.

문소리 김태우 이선균 김현주 주연의 '사과'를 통해 연애와 결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강이관 감독, 공효진 신민아 주연의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로 여성의 심리를 매우 섬세하면서 담담하게 그려낸 부지영 감독, 이병헌, 이은주 주연의 '번지점프를 하다'와 유지태, 김지수 주연의 '가을로', 그리고 차승원 주연 '혈의 누'를 연출한 김대승 감독, 이제훈-서준영 주연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 강지환 주연 '방문자', 박희순-장현성 주연의 '나의 친구, 그의 아내'와 백진희와 마붑 알엄 주연 '반두비'의 신동일 감독 등이 뒤를 이어 소신 있고 개성 넘치는 옴니버스 장편 프로젝트 작품 '시선 너머'가 완성됐다.

인권이라는 다소 무겁고 부담스러운 주제를 따뜻하고 신선하게 표현해 코믹과 휴먼의 적절한 조화가 돋보이는 영화다.

강이관 감독의 '이빨 두 개'는 새터민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과 일상생활에서 부딪치게 되는 현실을 어른과 어린아이들의 시각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실제 새터민의 출연으로 화재가 되고 있는 이 영화는 어린 연기자들의 리얼한 연기덕분에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의 이야기가 사랑스럽고 따뜻하게 그려졌다.

부지영 감독의 '니마'는 우리의 삶속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와 따가운 시선에 길들여진 소외계층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한국여성이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며 무의식중에 쌓인 우리의 선입견도 점검해보게 한다. 자녀를 위해 억척스럽게 돈을 버는 두 여자의 모습은 단순 불법체류자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같은 여성으로서의 측은한 시선으로 옮겨간다. 주인공 '니마'는 한국에서 일하는 몽골이주여성노동자이고 한국 이름 또한 실제 '니마'다.

김대승 감독의 '백문백답'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통제가 사람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 한다. 직장 내 여성의 위치에 대한 시선, 그리고 여전히 약자로 비춰지는 거북한 현실과 여성의 적은 여성일 수 있다는 불편한 사실. 특히 직장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해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인 연기를 보여준 김현주의 출연은 독립영화의 질을 더욱 높여 주는 계기가 되고 독립영화의 대중화 바람이 가까워졌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윤성현 감독의 '바나나 쉐이크'는 이주노동자들을 향한 오해와 편견을 그린 영화다. 이삿짐센터에서 일을 하는 한국청년들과의 갈등.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좋지 못한 시선. 그러나 용서할 수밖에 없는 가난. 주인공 이주노동자는 실제 네팔음식점을 운영하는 네팔인으로 연기경험이 전무하다. 하지만 오랜 한국생활에서 익힌 한국인 말투와 행동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영화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보라카이의 꿈을 이룬 듯 바닷가에서 춤을 추는 마지막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신동일 감독의 '진실을 위하여'는 CCTV를 둘러싼 옹호와 비판의 논란, 공공장소에서의 지나친 사생활침해, 권익에 관련한 논쟁, 인터넷상의 무분별한 정보노출과 댓글로 인한 정신적 피해. 이 모든 문제들을 중층적으로 결합시켜 정보인권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문제를 관찰해본다. 감독은 고 최진실을 추모하며 만든 영화라고 말했지만 이미 죽어버린 자유 속에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추모하며 만든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인간 대 인간, 개인 대 집단에서 일어나는 시선의 폭력과 첨단 디지털화 되어가는 현실에서 형체 없는 거대 폭력의 주범인 익명성이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프로젝트 '시선 너머'에 참여한 강이관, 부지영, 김대승, 윤성현, 신동일 감독은 아름다운 삶의 권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멘토링이 돼줄 것이다.

'시선 너머'는 오는 28일 대학로 CGV, 구로 CGV, 인디플러스, 부산국도예술관 외 여러 극장에서 개봉된다.


박준희 가수 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 가수 박준희는...

1990년대초 '눈 감아봐도'로 데뷔, 그룹 콜라 활동. 최근 하이틴 뮤지컬 '아이돌' 음악감독으로 참여했으며,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 또라이들'이라는 저서를 발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