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로리타'(1997)의 한 장면.

많고도 많은 정신질환의 종류 가운데 피도필리아(pedophilia)라는 게 있다. 어린이를 뜻하는 접두사 ‘pedo’와 병적인 애호행위의 의미인 ‘philia’를 합성한 정신의학 용어로 어린이 대상의 성도착증을 일컫는다. 소아성애(小兒性愛) 또는 소아기호증으로 번역된다.

이 질환은 일명 로리타 증후군(Lolita syndrome)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여자 어린이에 대한 한 중년 남자의 변칙적인 사랑과 집착을 다룬 미국의 베스트셀러 소설 ‘로리타’에서 유래된 비공식 의학 용어다.

러시아 출신의 망명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쓴 이 소설은 1958년 미국에서 발간돼 1962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같은 제명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주인공 험버트 교수는 자신을 매료한 12세 소녀 로리타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녀의 엄마와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한 뒤 로리타와 도피행각을 벌이지만 파국적인 결말을 맞는다는 줄거리다.

픽션이라고는 해도 정상인의 사고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스토리 전개다.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 전 프랑스 등지에서는 외설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당할 정도였다.

이 픽션의 실제 모델이 영국 출신의 유명 배우 찰리 채플린(1889~1977)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채플린은 생애 통산 네차례의 결혼 가운데 세번을 10대 소녀와 했다. 그 때마다 채플린은 사회적 통념을 어긴 도덕적 차원의 비난을 적잖이 감수해야 했음은 물론이다. 어쨌든….

로리타 증후군은 흉악 범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 증후군이 원인이 됐을 여아(女兒) 대상 성범죄가 이따금 사회적 충격파를 일으키는 것은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나영이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07년 2월에는 로리타 증후군이 정신질환이라는 구실로 중형을 모면하려던 한 여아 연쇄성폭력범이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로리타 증후군은 감금 등 강제성 없이는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의학적 처방으로 일시 통제효과를 볼 수는 있으나 완치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여아 성폭력 누범 사례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을 교정·격리하기 위한 국회와 정부 차원의 제도화 노력은 지지부진하다. 고질적이고 습관적인 ‘로리타 망각 증후군’으로 칭할 만하다. 대형 사건이 또 발생해야 부랴부랴 나설 것인지, 답답하다.

박피터슨 JTN뉴스 객원기자 peterson@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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