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본을 이루는 의식주 중 가장 근본적이며 일상적인 것이 음식이다. 그러므로 문화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도 음식문화라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음식문화를 소재로 한 영화는 대부분 주인공이 요리사이며, 요리 대결이나 요리와 얽힌 이야기를 핵심 스토리로 삼고 있다.

한국영화에서 대표적인 것은 ‘식객’으로 최고 요리사의 장인정신에 대한 작품이다. 완벽한 요리를 위한 요리사의 정성은 재료에서부터 맛을 내는 요리 과정과 그릇에 담아낼 때까지의 모든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데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식객’ 1편(2007)은 한식에 관해 민족주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순종임금께서 먹으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대령숙수의 ‘소고기 탕’을 재현하기 위한 요리대결에서 주인공 성찬이 만든 한국 전통의 ‘육개장’과, 유부와 간장을 써서 맛을 연하게 한 ‘소고기 탕’을 비교한다. 성찬이 최후 승자가 되면서 후자는 일본인의 입맛이지 조선인의 입맛은 아니라며, 그 요리는 한식에 일식을 가미한 내선일체의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1월 28일 개봉한 2편인 ‘식객:김치전쟁’(2010)에서의 핵심 요리대결 구도는 일본에서 수석 요리사로 활동하는 장은(김정은)의 퓨전요리와 성찬(진구)의 전통한식의 대결이다.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만드는 첫 번째 김치대결에서 장은의 ‘콜라비 김치’와, 성찬의 간장으로 만든 전라도식 ‘검들김치’가 대결한다. 승리는 물론 성찬이다.

그러나 결말인 3차 경연대회의 주제인 ‘통’(通)이라는 요리대결에서는 ‘음식의 숫자는 이 세상 어머니의 숫자와 같다’고 하면서 세계인에게 가장 통하는 맛은 바로 어머니의 맛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친어머니는 다르지만 같은 어머니에게서 자란 장은과 성찬은 같은 맛을 지닌 배추김치를 최고의 김치로 내놓게 되며 ‘화합’을 강조한다.

‘식객’ 2편은 퓨전 요리보다 한식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키워나가는 것이 한식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것이며, ‘어머니의 맛’이라는 한국인의 ‘정’의 정서로 귀결시키고 있다. 결국 ‘식객’ 1,2편 모두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만든 사람의 정성과 정신을 먹는 것이므로 한식에는 우리 민족정기나 우리나라 고유의 ‘정’의 문화가 배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한식의 세계화’가 화두이다. ‘한식의 세계화’에도 ‘식객’에서의 음식대결처럼 한식의 정통성 확립의 방향과 세계인의 입맛으로의 변화라는 두 가지 쟁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식객’ 1,2편에서는 모두 한식의 정통성 확립에 확실하게 손들어 주고 있다. 물론 한식의 맛과 멋의 정통성 확립이 되지 않고서는 세계화에 도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식의 세계화’를 마케팅 입장에서 보면 세계인들에게 우리 맛의 정통성만을 강조해서는 그야말로 ‘통’하기 힘들다. 우리의 독창성을 살리되, 한식이 낯설지 않게 그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이 보다 중요할 것이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자장면의 맛이 중국 전통의 맛과는 다르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종교의 경우에도 처음 정착할 때는 그 나라의 풍습에 맞게 변화하여 선교된다는 점을 한식의 세계화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식객’ 1편에서 강조하는 민족성이나 ‘식객:김치전쟁’에서 주장하는 ‘어머니의 맛’이라는 ‘정’ 문화를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는 서양인에게 이해시키기는 힘들다. ‘타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우리 문화를 수용하게 만드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동남아 음식을 주면서 손가락으로 집어먹는 문화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당황스럽지 않겠는가.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한식 문화에 접목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한식’을 세계에 파는 것은 문화를 파는 것이기 때문에 음식 자체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한식문화’를 파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최근 식문화학계에서는 ‘식문화의 스토리텔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많다. 서양에도 통할 수 있는 음식문화를 만들려면 서양문화의 근간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두 번이나 받은 박찬욱 감독의 주제는 한국적이라기보다 세계적이다.

‘올드보이’에 내재되어 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엘렉트라 콤플렉스 요소와 ‘박쥐’에서의 ‘드라큘라’ 문화는 한국에는 없지만, 서양인에게는 보편적인 것이기에 서양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을 전범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