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처음 방문한 팝스타 리한나(21)가 11일 기자회견에서 무려 1시간 가까이 지각해 물의를 빚었다.

리한나의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당초 낮 12시3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이에 홍보사인 유니버설 뮤직 측은 취재진에게 행사장 입장이 정오부터 가능하다고 공지했지만 실제 입장은 12시20분쯤 이뤄졌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주인공인 리한나는 등장하지 않았다. 예정시간인 12시30분을 훌쩍 넘어 오후 1시쯤 되자 취재진석에서는 불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몇몇 기자들이 경호원들을 향해 “관계자를 불러 달라”며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 무려 50분이나 지난 1시20분이 넘어서야 리한나가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공은 50분 늦었지만 낮 12시 전부터 자리를 잡기 위해 행사장에 도착한 취재진은 1시간 반 이상을 허비한 셈이었다.

다행히 우려했던 취재진의 보이콧 등 돌발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해외스타들이 내한할 때마다 이런 지각사태가 반복되는 현실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지난해 10월 내한한 비욘세와 머라이어 캐리 역시 입국일정을 자의대로 변경하거나 내한행사에서 빈번히 지각해 빈축을 사고 돌아갔으며, 가수는 아니지만 영화 ‘트랜스포머2’의 감독과 배우들은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행사장에 대거 지각해 결국 파행을 빚었다.

이러한 해외스타들의 지각사태의 일차적인 원인은 물론 당사자들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화를 부르는 것은 홍보사 측의 늑장 대처다.

대부분의 이유가 그렇듯 해외스타들은 시차와 환경이 바뀐 탓에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럴 경우, 주인공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취재진 앞에 적어도 홍보사 직원이 나와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이날 리한나의 경우에는 통역사가 미리 나와 “현재 (리한나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마무리 화장중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공지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20분 이상 시간이 더 지체되자 그때서야 유니버설 뮤직 직원이 나와 “현재 리한나가 목이 안 좋은 관계로 계속 물을 마시고 있다. 아마 밤새 호텔에서 기온이 잘 맞지 않았나보다”며 납득키 어려운 이유를 밝혀 더욱 취재진의 원성을 샀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기자회견의 경우 주인공이 30분 이상 지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터뷰어나 인터뷰이 모두 향후 일정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톱 여가수인 이효리는 몇 년 전 초청받은 패션쇼 행사에 1시간이나 지각을 해 구설수에 올랐었다. 사정을 알고 보니 이효리 소속사 측에서 행사시간을 1시간 뒤로 잘못 전달 받았던 것. 이효리는 한 케이블 TV에서 출연해 눈물을 글썽이며 너무 억울했다고 당시 상황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해외 (팝)스타들의 경우에만 유독 지각이 잦은 것은 왜일까.

한 음반사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주인공인 스타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이 충분히 공식석상에 설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의 주인공은 스타이니 오롯이 그들을 기다려주자는 인식이 우리와 다른 것이다.

특히 이는 콘서트의 경우 가장 잘 드러나는데 해외 팝스타의 공연은 대부분 예정시간보다 늦게 시작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듯, 내한한 팝스타들 역시 한국인의 문화를 존중하고 어느 정도 맞추려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한국 팬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팝스타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한국의 에이전시 역시 “그래도 대단한 스타가 왔으니 그냥 기다려라”라는 식이 아닌, 충분한 사과와 설명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초 내한한 톰 크루즈와 휴 잭맨은 내내 매너 있는 태도로 한국의 팬들과 취재진을 만나 아직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으며, 올해 2월초 내한한 휘트니 휴스턴은 콘서트 무대에서 예정된 시간에 바로 무대에 올라 객석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현화영 JTN뉴스 기자 young@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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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팝스타 리한나 기자회견장. ⓒJTN뉴스 [사진=유승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