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읽을거리가 분명하지만, 요즘 말로 ‘2%’ 부족한 책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20세기 삶에 대한 증언 ‘네 마음껏 살아라!’는 두 가지 흠이 보인다.

우선 저자의 전기적 정보를 본문에서 확인할 수 없어 어리둥절하다. ‘사랑하는 아들 폴코에게’로 시작되는 편지와 프롤로그에도 저자 정보가 비어있다.

책날개에 비치는 “1938년 이탈리아 출신의 ‘슈피겔’ 기자”라는 저자소개 몇 줄이 전부다. 대화 상대인 아들에 관한 정보도 “1969년생 영화제작자”에서 딱 멈춘다. (책 뒤에 딸이 한 차례 불쑥 등장하는 건 또 뭐지? 이탈리아어 원서도 이런 식일까?) 책을 읽을 때 흡인력이 떨어지고 약간 혼란스러운 건 그 탓인데, 또 하나 흠은 본문의 짜임새다.

역사는 물론 삶·죽음을 아우르는 너비에 비해 밀도가 따라주지 않는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저자의 집중력이 떨어진 결과라면, 각주 등 편집상의 보완장치를 활용했어야 옳았다. 멋진 일품요리를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 내놓은 듯한 이 책에 대한 지적은 여기까지다. 남은 건 요령껏 시식하면 된다.

‘네 마음껏 살아라!’는 아시아통 기자의 증언이지만, 동시에 ‘한국의 386세대’인 서구 68혁명 세대가 털어놓는 영성(靈性)찾기 모험담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두 겹의 책’이다. 1970년대 베트남전쟁·캄보디아 취재를 거쳐 중국 생활을 마친 뒤 인도에 뛰어드는 과정까지는 저널리스트의 회고다.

이미 저자는 사회 정의를 앞세운 정치혁명의 공학(工學)에 환멸했던 차였다. “구원인 동시에 저주이고, 파괴인 동시에 창조”(267쪽)인 인도에 빠져 급기야 히말라야의 스승을 모시게 되는 과정은 이 책의 제2부 격이다. 역사에서 철학으로, 뜨거운 사회개조의 혁명에서 고요한 내면혁명으로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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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