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역사를 아시아의 관점, 라틴아메리카의 관점에서 한번 해독해 보자.…이슬람의 관점에서, 카톨릭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자. 육지보다는 바다에서 한번 바라보자. 뒤집어진 세계지도도 한번 보자. 중화민국의 관점에서, 은둔의 왕국 한국의 관점에서 한번 바라보자. 단순히 서양 역사를 뒤집어 해석하기보다는 중심을 해체하여, 모든 걸 지방(지역)으로 만들어놓고 살펴보자.”

나는 학자 이성형(53)을 높이 평가한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에이치케이(HK)교수로 있는 그는 지난해 펴낸 저술 ‘대홍수-라틴아메리카 신자유주의 20년의 경험’에서도 보듯 역사를 넓게 보는 시야와 함께 시원한 ‘말빨’까지 매력이다.

인문사회과학계를 통틀어 이성형만큼 자기 색깔과 일관된 저술을 가진 이는 드문데, 앞의 글은 그의 또 다른 중남미 관련 저술 ‘콜럼부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2003)에서 뽑았다. 맞다. 역사학 뒤집기와 함께 이른바 ‘중심 해체’를 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의 말대로 “모든 역사적 지식은 지정학적이고 또 정치적”(19쪽)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사실 이렇게 확장돼야 한다. “역사적 지식은 물론 인문·예술학의 지식 모두도 지정학적이고 또 정치적”이라고…. 그런 판단에 따라 나는 오래전 ‘굿바이 클래식’이란 책을 펴냈는데, 동시대인끼리의 연대감 차원에서 굳이 밝히자면 책 내용은 ‘클래식 중심주의 해체’ 작업이다.

중심의 음악(클래식)과 주변부 음악(비서구 음악)의 구분을 혁파하고, 위의 음악(고급음악)과 아래의 음악(대중음악) 서열 구조 역시 무너뜨리려 했다. 서구 68혁명 이후 기존의 인식 구조가 사실은 지정학적인 주장이자 노골적인 이데올로기일 수 있다는 판단이 대세다. 물론 담론의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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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