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학파가 우리 쌀 막걸리를 선택한 이유

그의 첫 인상은 투박했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에 주먹코, 정감있는 두 눈이 막걸리 양조장과 잘 어울렸다. 게다가 개량한복까지 입고 있으니 10년이 넘게 막걸리만 연구해 온 우리 술의 달인(?)과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하지만 이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투박한 외모와는 다르게 와인과 요리를 3년 동안 공부했다고 한다. 그것도 본고장 프랑스에서….

우리 쌀 막걸리의 어떤 점이 그를 프랑스에서 대한민국의 막걸리 양조장으로 이끌었을까? 지난 6일 오후 부산 금성동의 '금정산성토산주'에서 프랑스 유학파 양조인 김지수(33)씨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믈리에를 꿈꾸던 유학도가 이젠 막걸리의 세계화를 꿈꾼다

김지수씨는 현재 ‘민속주 1호’로 지정된 술 ‘금정산성막걸리’를 생산하는 금정산성토산주에서 관리부장을 맡고 있다. 입사한 지는 채 1년이 되지 않지만, 유청길 대표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김 부장은 2004년부터 프랑스 리옹의 요리학교에서 2년 동안 공부를 했으며, 보르도에 있는 소믈리에 학교 '카파(CAFA)'에서 1년 동안 와인을 배웠다. 이런 그가 어떻게 막걸리 양조장에 오게 되었을까?


“저도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는 당연히 한국에 와서 소믈리에를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공부를 해보니 우리 막걸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신기하게도 그는 부산에서 30년을 넘게 살면서 막걸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태어난 곳 가까이에 금정산성토산주가 있는 지도 몰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국에서 와인을 공부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막걸리의 우수성에 눈이 떠지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포도주를 만들어 보고, 소믈리에 과정을 거쳐보니 한국에 있을 때는 관심도 없었던 막걸리가 눈에 들어왔어요. 우리 막걸리가 다른 나라의 명주와 비교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자리잡은 것이죠”


왜 부산 금정산성토산주를 선택했을까?

김씨에게 “왜 금정산성토산주를 선택했냐”는 질문을 해 봤다. 그는 “작년 9월에 농식품부 주최로 ‘막걸리 트랜스포머전’이 열렸어요. 여러 막걸리 업체들이 참가했는데,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금정산성막걸리가 가장 우리 전통 그대로 만든 술이라는 판단이 들었어요”라고 대답했다.

이어 “유청길 대표님께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리니, 흔쾌히 받아주셨어요. 어떻게 보면 가장 가까운 곳에 제가 찾는 막걸리가 있었는데도 찾지 못했던 거예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유청길 대표가 만드는 금정산성막걸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좋아한 막걸리로도 유명하다. 박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군수사령관을 맡고 있을 때부터 자주 마셨던 금정산성막걸리가 양곡법(쌀의 자급자족을 위해 술 빚기 등을 금지) 때문에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1979년 5월 1일 한국 최초의 민속주로 지정되어 명맥을 잇게 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가장 우리 전통에 가까운 것이 세계적인 것

금정산성막걸리는 외국인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술이다. 중국의 방송에도 소개되고, 일본의 바이어들이 이 술을 만드는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접근한 일도 있다고 한다. 금정산성막걸리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지만 세계적인 술이다.

하지만 김지수씨는 “막걸리의 세계화는 아직 멀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 막걸리 업체들이 세계화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조금 부족해요. 현재 업체들이 만드는 방식은 일본의 청주를 만드는 방식이라서 엄연히 따지면 우리나라 막걸리가 아닌 것이지요”


“저는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리 전통에 가장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각 지역의 막걸리 업체들이 옛날 방식을 다시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점에서 저는 편해요.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사장님 밑에서 일하고 있으니까요”

우리의 전통을 사랑해야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

그에게 “막걸리 업체에서 일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말했다. 김씨는 “우선 열정이 있어야 하고, 우리의 전통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자신이 있는 지역에 어떤 전통 막걸리가 있는지 알아보세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부산 금성동의 금정산성토산주 양조장에는 중장년층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20대 젊은이들이 많았다.  김지수씨와 같이 젊고 유능하며,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G세대(글로벌세대)들이 우리 산업 현장에 점점 늘어난다면, 농식품 강대국의 꿈을 이루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글 : 농림수산식품부 홍보담당관실 강지용, 대학생 기자 주미현]
[출처 : 농림수산식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