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 이 지면에서 소개했던 일본 문화계의 이단아 기타노 다케시가 남긴 여운이 여전하다. 지면이 짧아 그때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책 내용 중에는 카리스마를 보는 지론이 있는데, 묘하게도 새록새록 음미된다. 기타노에 따르면 우리시대는 그럴듯한 얼굴, 존재감이 있는 얼굴이 모두 사라졌다. 맞다.

그 지적은 전부터 품어온 나만의 궁금증이기도 한데, 왜 요즘 사람들은 기타노의 책 ‘위험한 일본학’의 지적대로 “모두 평범해져 전체적으로 밋밋해져버린 것”(166쪽)일까? 그에 따르면 옛 시대 대중 앞에 등장하는 정치인·CEO·배우에게는 존재감 내지 카리스마 같은 무엇이 뚜렷했다.

역대 총리 요시다 시게루, 다나카 기쿠에이, 후쿠다, 나카소네까지 봐줄만했는데 요즘에는 “이 녀석이 뭐지?” 싶은 정치가만 득실댄다. 되새겨볼 대목은 카리스마 부재를 끝낼 그의 독특한 처방이다. 현대인은 품격·깊이는 말할 것도 없고 얼굴의 뉘앙스마저 지워져 평준화 돼버린 절망적인 상황이다.

과연 어떻게 하면 자기만의 맨 얼굴을 되찾을까? 뜻밖에도 ‘인간 욕망에 정직해지기’가 그의 처방전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돈과 여자야말로 인간의 원점(原點)이라는 게 기타노의 철학이다. 그렇다면 위선을 떨면서 가면을 뒤집어쓴 채 아니 그런 척 손사래를 치기보다는 원점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 정직해지라는 말이다.

오죽하면 그런 말이 나왔을까 싶은데, 기타노의 통찰은 나중에 읽은 책 ‘카리스마의 역사’와 멋진 공명을 이룬다. 이 책은 서구역사에서 카리스마의 탄생과 흐름을 짚어낸 인문서인데, 저자는 왜 우리시대 들어서 카리스마란 말이 느닷없이 상종가이고, 그 결과 거의 ‘세속종교’의 수준으로까지 자리 잡았나를 차분히 분석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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