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막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일이다. “요즘 혹시 문학에 관심이…?” 별걸 물어본다는 시큰둥한 표정부터 지을 이가 적지 않겠다. 그럼 동시대의 주요 작가를 소개한 ‘손민호의 문학터치 2.0’에 등장하는 박민규·김애란·권여선·백가흠·손택수의 이름이라도 들어본 적 있으신지?

문학, 참 쓸쓸한 이름이다. 왕년에는 문화예술의 맏형 장르이자 제왕이었다는데, “그런 시절이 있었나?”싶다. 해도 너무 한다. 1980년대까지 반짝했던 문학평론집의 경우 초판 500부 내외를 찍거나 자비출판을 한다. 영상시대, 포스트모더니즘, 내러티브의 와해…. 문학의 죽음을 두고 ‘이 앓는 소리’의 진단·처방이 나오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뭔가가 빠졌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해두자. 원인제공은 문학 쪽에서 했다. 70년대 이후 민중문학 어쩌구 하는 순간 자멸의 길로 접어든 눈먼 어리석음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문학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변화된 시대를 내다보기는커녕 시대착오적 당파 문학에 코 박은 게 문학의 죽음으로 연결됐다.

아마도 내 글은 최근 한 10여 년 사이 발표된 글 중 현행 한국문학에 가장 적대적일 텐데, 한번 터놓고 말하자. 예부터 병은 소문을 내야 좋다고 하니까. 문학의 죽음 이후 소설가·시인이란 내 눈에는 평균 지식인에도 못 미치는 사불자(사회부적응자) 처지다. 명색이 언어를 매만진다는 그들이 위대한 작품을 내놓았다거나, 모색 중이라는 소문도 들어본 바 없다.

이미 주변부형의 인간으로 추락했다. 듣자니 인사동의 궁벽스러운 밥집에 모여 술을 밥 먹듯 한다니 집단병리증후군이 따로 없다. 문학시장은 쳐다보기 힘들다. 차라리 눈감아야 한다. 시장에서 좀 통한다는 한 여성 작가는 멀쩡한 눈으로 보면 ‘작가 이전’ 수준이고, 조금 낫다고 하는 또 다른 한 여성은 소녀 취향을 내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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