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의 사전적 의미는 작곡과 가수를 겸하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진정한 뮤지션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가 우리나라에는 애매모호하게 자리 잡고 있다. 분명 작곡 실력을 갖추고 곡도 쓰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많기는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작곡가가 부족한 가창 실력으로 싱어송라이터의 대열에 낀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니까 가창 실력이 갖춰진 가수가 작곡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얼마 전 잠실체육관에서 공연을 마친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진정 싱어송라이터의 참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 세계적으로 R&B의 신사로 불리는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피아노, 베이스, 기타, 튜바, 트럼본, 트럼펫 등을 연주할 수 있는데 그 날 공연에서는 피아노와 기타, 베이스 연주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노래야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을 가지고 놀듯 자유로운 스킬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정말 완벽에 가까운 연주와 가창력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감상할 수 있었다.

부족함 없는 그의 공연에 할 말을 잃게 만든 두 아들의 등장도 소름이 끼칠 정도도 환상적이었다. 21살의 브라이언 켈리 맥나이트 주니어와 18살의 콜 니컬러스 맥나이트는 아버지의 공연 중간에 기타연주와 노래를 들려주며 예술가의 피를 아낌없이 자랑했고 그 자연스러운 무대 매너는 공연장 가득 진한 웃음을 만들어 주었다.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195cm의 큰 키와 정돈된 몸매, 약간은 어색한 춤동작, 하지만 여유 있는 미소가 스멀스멀 관객의 심장을 건드리며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8천명 가까이 되는 관객들과 함께하는 공간이 아주 작은 소극장인 것처럼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집중할 수 있는 실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음악시장에서도 인정받을 만큼의 실력을 가진 건 분명하지만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음악가가 많다는 걸 생각하면 마냥 환호만 하기는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음악이라는 건 정서와 뿌리가 달라 동서양의 색깔이 분명 구분되기는 하나 실력을 평가할 때는 감성에 치우치는 느낌만을 가지고 평하는 것이 아니기에 구체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음악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경우 음악콘서트인지 서커스 무대인지를 혼동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능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무대에 공을 들일 시간에 자신의 연주 실력이나 노래 실력을 향상하는데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음 이탈을 하며 관객에게 이해를 구하지 말고 진정 고민하는 음악인이 되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존경받을 수 있는 음악가의 길을 걸어야 한다.

아이돌 가수들 때문에 잠시 밀려난 기성가수 중에는 싱어송라이터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대중이 모르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흔히 싱어송라이터라고 알고 있는 가수들 중에는 작곡가의 힘을 빌려 대충 업혀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작곡가가 어느 정도 음악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가수가 멜로디를 만들거나 혹은 작곡가가 만들어놓은 곡에 멜로디를 몇 군데 수정을 해서 자기 이름을 함께 넣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다.

유명한 가수일 경우 작곡가는 타이틀곡이 되는 것만으로 만족을 하며 조금밖에 참여하지 않는 가수의 이름을 작곡가로 넣어주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노래를 잘하고 인기가 많은 가수들이 쓰는 방법이다. 그래도 키워주겠다고 데리고 있는 후배 작곡가에게 곡을 만들게 하고 대충 수정해서 자신의 곡이라고 발표를 하는 작곡가들에 비해서는 양심적이기는 하다.

우리나라 싱어송라이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니 대부분 가수라기 보단 작곡가에 가까운 사람들뿐이다. 물론 가수로써 가창력을 인정받은 몇몇 가수들도 작곡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극히 드물다. 음악적 자부심이 그리도 강한 한 가수는 자신의 곡으로 타이틀을 한 적이 없고 밴드의 자부심이 대단했던 그들 역시도 타이틀곡은 유명 작곡가에게 의뢰를 하기도 한다. 그리곤 서로의 음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지금 당장 국내 가수들에게 오선지와 펜을 나누어주고 한강 다리 밑으로 내려 보내면 과연 몇 명의 가수들이 곡을 써서 올라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음정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1위를 점령하고 있고 1위를 하지 못해 상처를 받으며 눈물 흘리는 또 다른 아이돌이 있다. 그 상처받은 아이돌이 지금껏 노래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인터뷰가 아닐 수 없었다.

불량식품처럼 자극적이고 달콤하지만 쉽게 질리는 국내 음악시장에 싱어송라이터들의 활약이 간절한 때이다.


박준희 가수 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 가수 박준희는...

1990년대초 '눈 감아봐도'로 데뷔, 그룹 콜라 활동. 현재 추계예술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 또라이들'이라는 저서를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