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웠지만 즐거웠다. ‘지식인의 삶과 죽음’을 되새김질해 본 3부작 서평 작업이 그러했다. 평소 관심사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털어놓을 게 있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철학적 전기 ‘사르트르 평전’(베르나르 앙리 레비 지음),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다룬 단행본 ‘지식인과 자본주의’(앨런 케이헌 지음) 같은 고급 인문서를 요즘 같은 시절 누가 관심이나 가질까? 미국 문화역사학자 모리스 버만이 ‘미국문화의 몰락’에서 한 판단도 나와 비슷하다.

이 책에 따르면 모두가 덤 앤 더머로 사는 우리시대란 지식인이라는 카테고리는 물론 지성 자체가 허물어진 지 오래인, ‘뒤집힌 시대’이다. 모리스 버만의 기준대로라면 서구문화권에서 읽고 쓴다는 행위란 그래도 작가 찰스 디킨스, 진화생물학자 찰스 다윈 혹은 마르크스 등이 쓴 책과 친숙하거나 그런 테마에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는 걸 말한다. 하지만 그런 인구는 미국의 3%에도 못 미친다. 21세기 미국이란 “지성에 대한 적대감이 문화에 만연된”사회(48쪽)이고, 때문에 지적 몰락을 피할 수 없는 쓸쓸한 사회다.

사실 문화적 디스토피아의 앞날을 다룬 ‘미국문화의 몰락’ 같은 책이 또 있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의 경우 명문대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와 교양의 수준을 다루었는데, 교양교육의 붕괴라는 문화사적 사안과 직결된다. 지난해 나왔던 일본의 영향력 있는 지식인 오마에 겐이치가 펴낸 ‘지식의 쇠퇴’ 역시 같은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그 책들은 꽤나 일본적 현상에 집중했기 때문에 보편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흠이 있다.

이 분야를 다룬 책 중 지식인의 삶과 죽음을 다루는 3부작의 마무리로 딱 어울리는 책은 ‘그 많던 지식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프랭크 퓨레디가 쓴 그 책에 따르면, 우리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뻔뻔하고 노골적인 무교양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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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