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은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한다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걷고 싶은 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일상의 번잡함을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신간 ‘그대와 걷고 싶은 길’은 오랫동안 길에 탐닉해온 사진평론가 진동선의 힐링 포토 에세이다. 저자는 파리의 뒷골목, 이태리 볼테라의 시골길, 독일의 로맨틱가도 등 아름다운 길들을 걸으며 발견한 삶의 여백을 찬찬히 짚어간다. 그는 “낯선 길이 낯선 시선을 통해서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한다”고 말하며, 따라서 좋은 길이란 “낯선 시선을 선사하며 내 안의 나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자기성숙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쾌속의 삶에 길들여진 우리를 걷기의 세계로 유혹한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걸으며 잠시나마 지친 몸과 마음에 잔잔한 위안의 시간을 가져다준다.

길은 지금껏 살아온 삶의 흔적이다

길에는 삶의 다양한 표정이 들어 있다. 길은 회한, 상처, 그리움 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꿈과 사랑, 행복과 슬픔은 모두 길을 걸으며 만들어지고 그렇게 인생은 완성돼간다. 그래서 길을 걷는다는 것은 결국 삶을 살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저자는 “길을 가고 길을 되돌아보는 것은 흘러간 시간에 대한 애무이자 결국 삶에 대한 애무”라고 말한다. 즉 길은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흔적들이며, 한 사람의 생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길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만난 성찰을 빛나는 사진과 함께 고백한다. 그리고 길들이 펼쳐내는 다양한 파노라마 앞에서 인생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가야 할 길이 분명한 사람은 행복하다

길은 누군가가 걸어주기를 기대한다. 걷는 사람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길은 살아 있는 존재로 탈바꿈한다. 따라서 길을 나선다는 것은 가야 할 길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고, 가야만 하는 분명한 방향성을 갖는다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시간과 돈을 버리러 가는 것이 아니라 벌어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잃어버리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되찾기 위해 가는 것이다.

인생은 길을 가는 여정 속에 있다. 가야 할 길이 있는 사람은 길을 걸으며 삶의 부족함을 채워간다. 저자는 “가야 할 길이 분명한 것만으로 삶의 가치는 충분하며, 그 사람의 삶의 울타리는 견실하고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프랑스 시인 자크 레다는 “걷는 사람에게 절망은 없다”고 했다. 그것은 “가야 할 길이 분명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권선혜 book@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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