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미국 뉴욕 출신으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명상과 우주의 질서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헬렌은 24살 무렵 평화주의자, 사회주의자였던 스콧 니어링을 만나 삶의 가치관을 바꾸게 된다. 스콧 니어링은 자본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으며, 대학교수 시절 아동 노동 착취와 제국주의 국가들의 세계 대전에 반대하다가 해직되고 만다.

결국 불황과 실업의 늪에 빠져 파시즘의 먹이가 되어 버린 사회를 떠나 산속 깊은 버몬트로 이사를 한다. 그 곳에서 이 두 부부는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많은 계획과 실천으로 현대 문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터득한다.

아주 적은 돈으로 생활을 꾸려나가고 노동 시간을 반으로 줄이며 나머지 절반의 시간에는 연구를 하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삶이 질을 높였다. 그동안 대도시에서 먹고 살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노동에 투자했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과 힘을 낭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부부는 쓸모없고 거친 땅을 기름진 밭으로 만들어 채소와 과일을 얻어 자급자족했으며 집을 손수 짓고 작은 사업을 시작하여 먹고사는 비용을 충당했다. 그 결과 스무 해 동안 병원 출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은 좋아졌고 일 년에 여섯 달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연구, 여행, 글쓰기, 대화, 가르치기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 부부가 버몬트에서의 생활을 적은 책이 바로 ‘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 著, 보리)이다. 돈이 많으면 경박스러워지고 없으면 천박스러워 진다고 한다. 돈은 모이면 똥이 되고, 흩어지면 거름이 된다고 하는데 우리의 삶은 돈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게 만들고 있을까? 인간으로서의 삶과 생명체로써의 삶과의 조화, 본능과 지능의 조화, 소유와 존재의 조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돈과의 조화이다. 그러나 우리는 돈을 쫒아 가기만하지 돈이 우리의 뒤를 따라 온다는 걸 모르고 산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하다보면 저절로 돈은 따라온다는 뜻이다.

과거 귀농을 하는 사람들은 사업에 실패를 했거나 도시에서의 생활을 감당하지 못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도시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한 젊은 층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도시에서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선 시골에서보다 몇 배의 돈을 지출해야 한다.

그래서 그 돈을 벌기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볼 겨를도 없이 허덕이며 사는 것이다. 당연히 살기 위해서 일을 한다지만 백만 원을 쓰기 위해서 백만원을 버는 사람이라면 오십만원만 있어도 사는 곳에서 오십만원만 벌어 쓴다면 일에 투자한 시간과 스트레스는 몇 배로 줄 수 있고 자신을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하루 종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숨 막히는 도시 틈에 끼어 어깨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살다가 생을 마감해야 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모두 평등하게 세상을 떠나 흙으로 돌아가겠죠.
이 진실을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그동안 훨씬 마음 편하게 살았을 거예요.
사소한 일에 그렇게 아등바등하지도 않고, 너무 걱정하지도 않으면서요.“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오츠 슈이치 著, 21세기북스)라는 책 본문 중 말기 암 환자가 죽기 전에 한 말이다. 우리는 알고는 있다. 이렇게 살다가는 행복한 삶을 마감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귀농을 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삶을 동경하고 부러워하면서 우리는 용기가 없어 도시에서 누구를 위해 버티고 사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할 것이다. 분명 언젠가는 이 답답한 도시를 떠나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에서 마지막을 보내야지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특별히 도시에서 꼭 꿈을 이루어야 할 것이 없는 사람들은 굳이 죽지 못해 사는 얼굴을 하며 억지로 도시를 지키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과감하게 도시를 떠나 완벽한 독립을 이루어 내는 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갚을 하고 가는 것이지 않나 싶다.

몸과 머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살면 결국 밸런스를 잃어 건강을 잃게 되고 그 나빠진 건강은 우리의 모든 걸 빼앗아 갈 것이다. 피폐해진 육신만 남아 삶의 끝자락에서 간신히 생명유지하며 살면서 지난날을 후회하며 살아야겠는가... 자신의 능력을 진정으로 발휘 해볼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새로운 나의 왕국을 만드는 일, 나 자신을 찾아 진정 새롭게 삶을 만들어 가는 일, 바로 이 순간이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선택한 곳 그리고 새롭게 탄생시킨 그 곳에서 자신만의 천국을 만들어가며 작은 기쁨을 모아 베풀며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박준희 가수 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 가수 박준희는...

1990년대초 '눈 감아봐도'로 데뷔, 그룹 콜라 활동. 현재 추계예술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 또라이들'이라는 저서를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