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나이스비트의 ‘메가트렌드 차이나’ 읽어봤어? 나는 참 재미있었어.”

“신문 리뷰만 일단 봤는데, 저자가 혹시 제2의 에드가 스노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중국의 붉은 별’을 1930년대 스노가 썼듯이 2000년대 중국정부를 위해 미국의 미래학자가 그런 작업을 하지 않았나 싶은…. 좀 심했나요?”

“아냐, 정확한 지적이야. 나도 책장 넘기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거든. 마오쩌둥의 입맛에 맞춘 책, 그러면 OEM(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의 저술일텐데 그럼에도 엄청 재미있어. 아니 그래서 더욱 재미있었지 않을까? 그동안 서구 시각에서 걸러진 중국 이야기를 들어봤거든. 이제 한번은 관변(官邊)쪽의 시선으로 봐야 하는 거 아냐?”

얼마 전 후배 유광종과 나눈 대화인데,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중국통이다. 몇 년 전 ‘연암 박지원에게 중국을 묻다’을 펴냈고, 그 전에 중앙일보 베이징 특파원 생활을 오래 했다. 실은 그에게 털어놓은 소감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메가트렌드 차이나’를 읽었다.

지난번에 한 차례 소개했던 필립 판의 책 ‘마오의 제국’의 시각과 너무 다른데, 서구의 시선을 반영하는 ‘마오의 제국’을 볼 때 중국은 꼭 시한폭탄으로 보였다. 서구식 인권 개념과 민주주의론을 잣대 삼아 미래 중국의 변화를 기대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메가트렌드 차이나’는 정반대다. 중국의 공식적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이 책을 보는 내내 중국은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시한폭탄보다는 그들의 융통자재한 지혜, 그 풍토에서 태어난 지도자들의 능수능란한 리더십이 탄복스러웠다. 서로 다른 책을 보며 이렇게 생각이 바뀌다니 참 놀라운 노릇인데, 일테면 이 책도 톈안먼 사건을 다룬다. 하지만 개혁성향의 자오쯔양을 ‘중국의 양심’으로 띄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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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위크 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