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로 인한 드라마 대거 결방 사태를 바라본 기자의 시선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올해 최고의 이슈라 할 수 있는 'SBS의 독점 중계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SBS가 방송사들간의 도의(道義)를 져 버리고 홀로 중계권을 따내 관련 업계와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

월드컵 기간에 모든 방송사가 축구만 내보내는 행태에서 벗어나 채널의 다양화를 이루겠다는 의미심장한 명목을 내세웠지만, 월드컵으로 인해 발생되는 엄청난 수익을 독식하겠다는 음흉한 속셈을 못 알아차리는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월드컵이 개막되자 논란은 또 다른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채널의 다양화는 그렇다치고, SBS가 오후 황금시간대를 모두 축구경기 중계로 편성하는 바람에 SBS의 예능.드라마들이 대거 결방되는 사태가 빚어진 것. 짧게는 1주, 길게는 3주 동안 결방되는 프로그램이 생겨 시청자는 물론 제작자들까지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타 방송사들은 예상치 못한 시청률 상승 효과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9일 방송을 시작한 KBS 수목극 '제빵왕 김탁구'는 지난 16일과 17일 방송에서 각각 26.4%와 24.2%의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전 주에 기록한 10% 중반대의 시청률에서 무려 10% 가량이나 상승한 수치다.

17일 대한민국 대 아르헨티나전이 열렸음에도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제빵왕 김탁구'와 경쟁중인 SBS의 야심작 '나쁜 남자' 제작팀은 몹시 당황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막대한 제작비와 함께 김남길 한가인 오연수 등 호화 캐스팅을 내세워 방송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쳤지만 방송이 나간지 5회만에 결방을 맞게 돼 경쟁 드라마에게 주도권을 뺏기게 됐기 때문이다. 아직 드라마의 승패를 가늠하기 힘든 극의 초반대에 이런 일이 생겨 문제성은 더욱 심각해진다.

SBS 주말 특별기획 '인생은 아름다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14일 김수현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SBS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작가는 한 시청자가 "어제 방송을 하지 않아 너무 허전하다. 다음 주(20일)도 결방이라는데 이 무료함을 어떻게 하나"라고 남긴 글에 "축구채널이다. 심하지 않은가"라고 답했다. 이어 "그 다음 주(27일)는 결방이 아닌 걸로 알고 있지만 16강에 진출하면 또 모르겠다"며 '대놓고' 불만을 토로했다. "월드컵에 목숨 건 나라같다. 집단 의식 조종이다"라며 SBS의 단독 중계행태를 비판하기도.

이같은 현상에 SBS 역시 몹시 당황한 눈치다. 월화 드라마 '자이언트'는 지난 14~15일에 이어 오는 21일까지 총 3회분이 결방된다. 이에 SBS 측은 19일 오후 2시10분 지난 11회 방송분을 압축한 '자이언트 스페셜'을 방송키로 했다. 월드컵 중계로 자사 드라마의 방송 연속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키고자 하는 궁여지책의 일환이다.

말 그대로 '축구채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닉네임까지 붙게 된 SBS. 독점 중계권으로 인해 치러야할 대가도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상업채널로서 많은 수익과 이윤을 거둬올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방송국으로서 가져야할 공영성을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 독점중계권으로 인한 피해는 타 방송사들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방송은 국민들과의 약속이다. 약속을 져버린 방송사를 시청자들이 그리 오래 인내하고 기다려주진 않는다.

현화영 JTN뉴스 기자 young@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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