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밤을 새우는 사람들’ -- 전준엽의 그림읽기

도시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회색과 직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낮은 냉정한 이성의 세계다. 어둠과 불빛이 화려한 조화를 이루는 밤은 촉촉한 감성에 젖는 시간이다.

인적 끊긴 새벽의 도심은 적막하지만 묘한 매력을 준다. 도시인의 가공된 정서를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내 도회 감성적 사실주의를 완성한 이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다.

그의 대표작 ‘밤을 새우는 사람들’은 20세기적 감성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호퍼 자신이 뉴요커인 만큼 인공 불빛으로 뉴욕의 정서를 잘 비췄다. 54년 동안 살았던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의 간이식당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림에서 갱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극적 분위기가 배어 나온다.

인적이 없는 도심 한 모퉁이.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 간이식당에 밤을 잊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헛헛함을 달래기 위해서다. 종업원과 얘기를 나누는 듯한 남자는 여자와 같이 온 모양이다. 그들은 슬며시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건너편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는 남자는 혼자다.

뒷모습의 검은 실루엣에서 짙은 외로움이 흐른다. 깊은 밤 서울 도심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정경이다. 적막하지만 애수가 묻어 나온다. 바로 도시적 정서다. 관람자는 멀리 떨어져서 장면을 바라보게 된다. 스크린에 나타나는 영상을 일정한 거리의 객석에서 바라보듯.

그림에서 객석은 간이식당 도로의 건너편쯤은 될 것이다. 객관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겠다는 심산이다. 도시인은 비나 눈, 바람을 맞지 않는다. 바라보면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다. 이 그림을 보면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낯설었던 도시의 밤 풍경과 스쳐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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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