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임귀연 객원기자] 지난 10월 10일 오후, 잠실종합운동장 내 실내체육관에서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네 명의 가수들과 함께 한 ‘How About You 콘서트’가 깊어가는 가을 밤을 장식하며 성황리에 끝났다.

살짝 비가 오는 날씨 탓에 예정보다 10분 늦게 시작된 이 공연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층부터 3층까지 관객석이 빼곡하게 찼다. 

‘엄마와 함께 하는 콘서트’라는 조금은 독특하면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번 공연에는 공연 잘 하기로 소문난 네 명의 가수인 케이윌, 인순이, 박진영, 김연우가 마치 자존심 대결하듯 4인4색 저마다의 공연을 통해 각자가 가진 다양한 매력들을 유감없이 선보이며, 종합선물세트처럼 뜨거운 감동과 열정, 진심 어린 메시지들이 깃든 풍성하고 다채로운 시간을 선사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공연의 베테랑답게 네 명 가수들은 시종일관 객석과 호흡하며 그 어느 때보다 가슴 따뜻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공연을 이끌어 갔다.

첫 무대는 ‘영원한 디바’이자 꿈과 도전의 아이콘, 가수 인순이가 본인의 노래 '열정'과 신곡 '피노키오'를 오프닝으로 부르며 공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어지는 인순이의 노래들은 그 스스로가 딸아이를 둔 엄마의 입장에서 엄마를 위해, 딸을 위해 들려주는 인순이 자신의 이야기 같았다.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당부의 노랫말이 인상적이었던 ‘딸에게’라는 노래를 부를 때는 곡이 끝난 뒤에도 무반주로 몇 소절을 열창하여 마치 세상 모든 딸들에게 엄마의 진심을 들려주는 듯 했다.

'여러분이 어떤 모습이든, 어디 있든 상관없이 아무 조건 없이 엄마는 딸을 사랑합니다.’라고.

이어지는 인순이의 무대는 가수로서 30년 넘는 내공이 그대로 느껴지듯 관객들을 울렸다 웃겼다, 때로는 들썩이게 했다가 숙연하게 했다가 끝내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엄마들의 나름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어주는 ‘롤러장 메들리’를 부를 때는 소녀시절로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잔뜩 들떠 있는 귀여운 소녀의 모습이었다가도, 뒤이어 부른 ‘서른 즈음에’에는 지나온 인생의 굴곡들을 나레이션으로 뜨겁게 담아내며 예순 즈음에 이른 인순이 자신의 인생이 그대로 녹아 있는 색다르고 뜨거운 감동을 연출했다.

'여러분 꿈이 있습니까. 그리고 꿈을 향해 한 발 내 딛으셨습니까. 끝을 보려면 어쨌든 첫 발자국은 시작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꿈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꿈은 꾸는 자의 것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의 뜨거운 도전과 자전적인 이야기를 전하며 인순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노래인 ‘거위의 꿈’으로 관객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뜨겁고 감동적인 인순이의 무대에 이어 두번째로 무대에 오른 케이윌은 첫 곡으로 ‘오늘부터 1일’을 부르며 많은 팬들의 열띤 응원과 함께 등장했다.

“반갑습니다. 케이윌입니다. 앞서 열광적이고 뜨거운 시간 보내셨죠? 저로서는 글쎄요. 제가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세상이 참 녹록치 않구나. 내 앞에 인순이라니. 엄마와 함께 하는 콘서트라는데 우리 엄마라도 오셨으면…”

원래 오프닝이던 자신의 무대가 갑작스레 바뀌었음에도 그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재치와 위트 넘치는 진행으로 좌중을 웃음 바다로 만들며 친근하면서도 정감 가는 태도로 관객들 모두를 삽시간에 자기 편으로 만드는 듯 했다.

우스갯소리처럼 인순이와 박진영의 사이에서 ‘감동과 자극의 다리’ 역할을 잘 하겠노라 각오를 밝히는 동시에, 실제 막내로서 겸손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마치 게임메이커처럼 공연 전체의 분위기를 조율하며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였다.

또한 이번에는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님들에게, 또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가수가 된 케이윌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진정성있게 들려주기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주도하던 케이윌은 뒤이어 ‘꽃이 핀다’ ‘이러지마 제발’과 그의 대표 곡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를 연달아 부르며 숨소리마저 주목하게 만드는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다. 또한 앵콜곡 ‘가슴이 뛴다’를 마지막으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정감이 넘쳤던 그의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세 번째로 공연에 오른 박진영의 무대는 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는 무대였다. 방금 까지만 해도 케이윌의 단독 콘서트에 온 듯 특유의 따스했던 공기가 빨간 재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 그의 존재감만으로 분위기가 순식간에 확 바뀌었다.

‘어머님이 누구니’와 ‘너뿐이야’ 무대는 숨겨져 있던 본능을 자극하듯 화끈하고 섹시한 무대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43년을 살았는데, 어머니를 너무 사랑하는데 의외로 함께 보낸 시간이 왜 이렇게 적은지 모르겠어요. 이러다가 언젠가는 정말 후회하겠구나 생각을 많이 해요, 특히 요즘. 그래서 오늘 같은 시간은 옆에 있는 어머님과 소중한 시간 보내고 추억들 쌓으셨으면 좋겠어요.”

그의 말에는 진심이 가득했지만, 반면 그의 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난 여자가 있는데’와 ‘니가 사는 그 집’ 등 자극의 끝을 향해 달려서인지 의외의 큰 웃음을 자아냈고, 박진영은 전혀 개의치 않으며 쉴 틈 없이 열정의 무대를 이어갔다.

땀을 비 오듯 흘리는 가운데에도 그는 연달아 ‘그녀는 예뻤다’, ‘허니’, ‘날 떠나지마’ 등 자신의 대표 곡들을 열창하며 공연장을 후끈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가수로서 무대에 설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의 무대는 다소 짧은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 모두를 들썩거리게 만들며 이번 공연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했다.

박진영의 광풍처럼 몰아치는 공연 다음으로 마지막 무대를 맡은 김연우는 그의 대표 곡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부르며 차분하게 공연에 임했다.

“사실 제 앞이 박진영씨의 무대라 걱정을 좀 했어요. 아무래도 들썩들썩 만들어 놓지 않을까 해서… 안 그래도 다들 많이 상기가 돼있으신데 부디 흥분을 삼키시고 진정을 하세요. 제 무대는 그런 무대가 아닙니다. 김연우는 이별 노래 전문 가수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이처럼 우스갯소리로 절대 들뜨지만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그의 말에 객석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동시에 재치 있는 말로 관객과 능숙하게 호흡하면서 김연우는 무엇보다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으며, 특히 그 자신의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대 위에서 직접 건반을 치며 ‘만약에 말야’를 부를 때는 MBC '복면가왕’에서 화제가 됐던 ‘클레오파트라’로서, 김연우로서 한 소절씩 바꿔가며 불러 마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색다른 재미를 주었고. ‘나와 같다면’ 을 부를 때는 곡 중간에 마이크를 떼고 3층 끝까지 육성으로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특유의 장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김연우의 이어지는 곡들은 늦가을의 정취에 젖게 만들고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들이었다. 그의 대표 곡들과 더불어 그가 불러 더욱 사랑 받았던, 흘러간 명곡들이 음악에 빠져들게 하고 더 나아가 추억 속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 만드는 독특한 느낌을 선사했다.

특히 자신의 앨범에 있는 곡 중에 개인적으로 아낀다는 ‘사랑한다는 흔한 말’을 부른 뒤에는 당부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가족 분들도 계시고, 연인 분들도 계시는데. 사랑한다는 말은 한국인들이 잘 못 해요, 쑥스러워서. 그렇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자주할수록 좋은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연인에게 자주 하셨으면 합니다.”

김연우는 마지막 곡으로 ‘내 사랑 내 곁에’를 부르며 어느덧 데뷔 19년을 맞은 내공에 걸 맞는 깊은 울림을 선사했고, 앵콜 곡으로 ‘이 밤이 지나면’을 끝으로 어느 특별했던 토요일 밤을 뜨거운 열기 속에 마무리했다. 

[사진=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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