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N뉴스 임귀연 객원기자] 모두가 사랑을 꿈꾸지만, 사랑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백 사람이 있으면 백 가지의 사랑이 있는 것처럼 저마다 가슴 속에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 다른 빛깔의 사랑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사랑하고 싶다’는 기억 속 한 켠에 남아있는 사랑에 대한 추억들을 한번쯤 떠올리게 하고, 과연 사랑이 뭔지에 대한 물음을 심어준다.

과거의 사랑을 기억하지 못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바로 곁에서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도 못 알아보는 눈치 없고 무신경한 남자이기도 하다. 이른 나이에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중증 치매에 걸린 젊은 의사 ‘김선배’가 바로 그 주인공. 

수시로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철부지 어린애 같은 그의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사랑했던 기억을 되찾아주겠노라며 귀여운 옛 애인 ‘이민서’가 나타난다. 몇 년간 ‘김선배’의 곁을 지켜 온 억척스런 ‘배 간호사’에게 라이벌 ‘이민서’의 출현은 조금도 반가울 리 없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의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부터 치열하게 펼쳐진다.

연극 ‘사랑하고 싶다’는 오랫동안 다양한 레퍼토리로 많은 연극 팬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 온 연극 ‘배고파’의 제작진이 야심 차게 만든 작품답게 탄탄한 구성력과 재기 발랄한 연기가 돋보인다. 

또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개인 병원을 배경으로 한 작은 소극장 무대에서 오직 단 세 명의 등장인물이 아옹다옹 사랑 싸움하는 모습은 마치 내 모습을 보듯 친숙해서 귀여우면서도 정겹다. 

여기에 독특하면서도 공감 가는 캐릭터, 만화 같은 상상력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다양한 설정들과 담백한 대사들이 재미를 더해 더욱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사랑은 필연적으로 기억을 동반한다. 관객들은 세 인물의 모습을 통해 사랑의 여러 순간들을 들여다보는데 ‘선배’와 ‘민서’의 과거처럼 우연으로 시작한 첫 만남에서부터 설렘 가득한 100일 날의 해프닝처럼 함께 웃고 기뻐하던 순간들도 만난다. 그러나 때로는 사소한 일로도 크게 다투기도 하고, 예기치 못하게 찾아 온 이별 앞에 가슴이 무너지듯 아파하기도 한다. 

한편 ‘배 간호사’의 ‘선배’를 향한 짝사랑처럼 기약할 수 없는 그 기다림에 몹시 지치기도,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한없이 외롭고 쓸쓸한 순간도 있다. 이처럼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 같이 하는 것이라 더욱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래서 더 힘든 것, 그것이 사랑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어김없이 그 추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때때로 그리워하기도 하는 것, 그 역시도 바로 사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극 ‘사랑하고 싶다’는 연애의 달콤한 순간 뿐 아니라 그 모든 쓰디쓴 순간들과 눈물, 기다림으로 점철된 순간들 역시 모두 다 사랑임을 보여준다. 사랑이란 만나고 이별하는 과정 속에서 누구나 겪는 수많은 감정과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 서로에게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추억’이라는 특별한 이름의 흔적으로 가슴 속에 새겨지는 것이라고. 그래서 힘들 줄 알면서도 또 다시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이다. 

관객들은 손때 묻은 일기장과 편지를 들춰보듯 뒤늦게 알게 된 등장인물들의 뜨거운 눈물과 진심에 가슴이 벅차 오르는 감동과 함께 공연장을 나서면서 가슴 먹먹한 여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함께 마주 잡은 두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의 소중함을 더욱 크게 느끼게 만드는 따뜻한 멜로드라마 연극 ‘사랑하고 싶다’는 대학로 연진아트홀에서 오픈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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