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ETPFEST 기자회견 당시 서태지. ⓒJTN NEWS(DB)

한 서태지팬의 절규다.

1990~2000년대 한국 가요계를 장악하며 '문화대통령'이라는 호칭까지 부여받은 톱스타 서태지(39.본명 정현철).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앨범 '난 알아요'로 데뷔한 그는 기성세대 중심으로 돌아가던 가요계를 10대 위주로 바꿔 놓으며 거의 혁신에 가까운 성공을 일궈냈다.

이후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은 돌연 공식 해체와 은퇴를 발표해 또 한 번 가요계와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하지만 2000년 서태지는 솔로앨범을 발표하며 성공적으로 컴백, 많은 태지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컴백한 후 서태지는 몇년에 한 번꼴로 앨범을 발매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그때마다 팬들은 마치 신(新)이라도 강림한 듯 기쁜 마음에 그의 앨범을 구매하고 전국투어 콘서트를 함께 돌았다.

팬들은 스스로를 '태지마니아', 서태지를 '대장'이라 부르며 따랐다. 서태지는 콘서트에서 자신의 데뷔 때부터 지켜봐준, 당시는 소녀팬이었지만 지금은 애엄마가 돼있는, 팬들을 향해 "너희들이 내 마누라야" "난 아직 혼잔데 너희들은 시집가고..."라며 장난기어린 인사를 건네고는 했다.

가수 팬들은 주로 팬클럽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반면, 서태지는 팬클럽이 없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퍼져있는 태지팬들은 공식 사이트와 팬사이트를 통해 서로 교감해왔다. 그 규모와 서태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따지자면 '서태지제국'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듯.

이처럼 무려 19년을 이어온 서태지와 팬들의 관계는 21일 '서태지가 이지아와 부부관계였으며, 이지아가 현재 서태지를 상대로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진행중이다'는 한 언론사의 보도로 위기를 맞게 됐다.

그동안 큰 스캔들 하나 없이 자기관리 뛰어나기로 유명한 서태지가 결혼도 아니고 이혼이라니. 태지마니아들은 지금 거의 공황상태다.

팬들에 따라 그를 옹호하는 이도, 그를 지탄하는 이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서태지가 그동안 쌓아온 명예와 이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팬들의 신뢰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는 점이다.

1996년 돌연 은퇴발표 당시, 고개를 숙인 서태지를 보며 팬들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지아 측의 말대로라면, 서태지는 당시 이지아와 연인사이였고 미국으로 건너간 이듬해 결혼식을 올렸다.

한 태지팬은 "결혼과 이혼이란 사실에 비통하기 보다는, 그토록 믿어 의심치 않았던 '대장' 서태지가 그런 사실을 자신들에게 숨겨왔다는 것이 더욱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21일 밤 이지아가 소속사를 통해 결혼과 이혼 사실을 인정한 가운데, 서태지 측도 서둘러 공식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과 팬들의 중론이다. 서태지가 어떤 식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상처받은 팬들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화영 blackmania83@hanmail.net / young@j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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