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9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
영화 ‘과속스캔들’ 초고속 흥행비결 탐구

배우 차태현이 요즘 활짝 웃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뚜렷한 히트작이 없었던 그가 최근 출연한 영화 ‘과속스캔들’(감독 강형철 / 제작 ㈜토일렛픽쳐스)로 흥행대박을 터트린 것. ‘과속스캔들’은 개봉 전 시사회 입소문을 타고 개봉 9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속도위반으로 이른 나이에 ‘가족 3대’를 구성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인 이 영화는 탄탄한 구성과 연출력으로 전형적인 홈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로부터 이례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로 살아온 사람들이 낯설게 만나고 소통하게 되면서 현대적 의미의 새로운 ‘가족’으로 탄생하는 모습이 결코 무겁지 않은 코믹한 터치로 그려졌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연출을 맡은 강형철 감독은 상업영화에서 어떤 필모그래피도 가지고 있지 않은 신인감독이다. 한 마디로 시나리오 하나로 감독이 된 케이스. 첫 장편 데뷔작임에도 오랜 시간 쌓은 그의 내공은 빛을 발했다. 자칫 유치하게 그려질 수도 있는 가족드라마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전적으로 연출의 재량. 강형철 감독은 장면과 장면 사이의 컨티뉴이티나 인과관계를 매끄럽게 조절해 억지스러운 설정이나 과장된 연기를 최대한 배제시켰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큰 흥행요인은 배우들에게서 나온다. 꾸준히 자신만의 코믹연기를 개척해온 차태현이 최근 들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역에서 주목받는 신인으로 발전한 박보영의 톡톡 튀는 매력, 그리고 가장 웃음을 자아내는 아역 왕석현의 3박자 삼대 연기가 가장 큰 볼거리다. 특히 흥행의 일등공신인 왕석현은 시사회 당시 “다코타 패닝 누나 같은 아역배우가 될래요~”라고 말했던 소원 그대로 아역답지 않은 표정연기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친숙한 가요와 팝으로 이루어진 O.S.T도 화제다. 90년대 사랑을 받았던 모자이크의 ‘자유시대’나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과 같은 추억의 가요에서 Aly&A.J의 ‘Walking on Sunshine’ 등 흥겨운 팝송까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음악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포진돼 있다. ‘어린신부’, ‘미녀는 괴로워’ 등 음악으로 더 유명해진 한국 영화들이 많다는 점을 되새겨볼 때 영화에 있어 음악이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 번 가늠케 한다.

한편, 경제 불황이라는 사회적인 요인도 흥행에 한 몫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아무 생각 없이 실컷 웃고 싶었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라는 등의 후기가 속속 이어지고 있는 것. 경제적으로 힘들고 우울한 연말, 가벼운 코미디 영화 한 편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영화가 바로 ‘고속스캔들’이라는 것이다. 구성 탄탄한 코미디 한 편이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릴 수도 있음을 시사해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관객이 더욱 몰린다는 연말이자, 크리스마스 시즌! 봇물처럼 쏟아지는 외화와 대작영화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영화 ‘과속스캔들’의 선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JTN 현화영기자 / 사진 이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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