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쌍화점’, 조인성-송지효 전라 노출연기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 마지막 한국영화로 기대를 끄는 영화 ‘쌍화점’이 지난 12월 16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요즘 한국영화는 ‘벗어야 산다’?! 영화는 예상보다 강한 노출 수위와 빈도로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했으며, 톱스타 조인성-주진모-송지효의 호연이 빛을 발하며 영화 흥행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하지만 2시간 반이 넘는 긴 러닝타임 내내 파국으로 치닫는 우울한 스토리와 농도 짙은 동성애 묘사 등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여지를 남겼다.

“모든 걸 보여줬다.”

영화 ‘쌍화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뭐니뭐니해도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최고의 한류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조인성의 파격 전라연기다. 주진모와의 ‘동성애 묘사’로 크게 화제가 되긴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주진모와의 ‘그 장면’보다 송지효와의 ‘그 장면’이 더욱 파격적이었던 것. 게다가 베드신이 한두 번에 그친 게 아니라 그야말로 ‘시도 때도 없이 보여주니’ 만족한 관객들이 있었던 반면 오히려 식상하게 느껴진 관객들도 있었을 터였다.

조인성은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이 영화에서 ‘모든 걸 드러내는(?)’ 연기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모든 걸 다 보여드리게 돼 몹시 민망하다”면서도 “노출보다는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는 송지효 역시 마찬가지였다. 송지효는 “‘쌍화점’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몸의 일부분 중 어디까지를 보여주는가는 이미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몸동작은 감독님 지시대로 따라하면 되지만 얼굴표정이나 감정을 잡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고 전했다.

죽음과 축제가 한 몸으로 뒤엉키는 삶

톱스타의 노출은 흔히 영화라는 장르가 지닌 태생적 상업성과 쉽게 연결되곤 한다. 게다가 ‘한국 영화가 불황’이란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나오고 있는 시점이니 영화를 본 많은 기자들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유하 감독은 “죽음과 축제가 한 몸으로 뒤엉키는 삶을 표현해보고 싶었다”며 한 마디로 일축했다. 나아가 그는 “에로티시즘을 통해 죽음까지도 아우르는 삶, 자신의 정체성까지도 잃어버리는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오히려 한국영화고, 상업영화여서 못 했지, ‘감각의 제국’ 만큼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비극의 원형, 오이디푸스...

영화 ‘쌍화점’은 아마도 남성 관객들에게는 다소 보기 불편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고대 비극의 원형’을 보여주겠다던 유하 감독의 발상 그대로, ‘왕후와 왕을 모시는 호위무사의 비극적 사랑, 남자를 사랑하는 왕의 치명적 사랑’이라는 영화의 두 갈등 줄기는 결국 남성의 ‘거세 공포’를 들춰내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아버지를 증오하는 자신의 감정으로 인해 아버지가 자신의 성기를 잘라 버릴 수도 있다는 공포심’, 오이디푸스적 ‘거세 공포’는 극중 실제가 되며 왕과 호위무사의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는 수단이 된다. 이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서사구조를 우리나라 고려시대로 옮겨왔다는 점에서 ‘타고난 이야기꾼’ 유하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왕후와 무사의 격정적 사랑, 그들의 사랑에 끼어든 왕의 치명적 사랑

원의 지배를 받던 고려시대 말, 후사 문제로 고민 중이던 왕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호위대 수장 홍림을 왕후와 대리합궁 시킨다. 오직 왕 만을 바라보고 섬기던 홍림은 점차 왕후와의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데...

영화 ‘쌍화점’은 고려시대 ‘대리합궁’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세 남녀의 애증과 욕망, 그리고 뒤틀린 운명을 그려 낸다. 유하 감독의 ‘페르소나’ 조인성은 ‘비열한 거리’ 때보다 더욱 무르익은 눈빛연기를 선보였으며, 영화의 홍일점 송지효는 두 남자 톱스타들 사이에서도 아랑곳 하지 않는 안정된 연기를 펼쳤다. 특히 주진모는 왕후와 홍림의 사랑을 고통스럽게 지켜보는 왕의 복합적인 내면연기를 잘 소화해내,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영화 '쌍화점'은 2008년의 마지막, 오는 12월 30일 개봉될 예정이다.

JTN 현화영기자 / 사진 이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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