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인 클라우즈’에서 여배우로서는 하기 힘든 배역 소화

역시 페넬로페 크루즈는 ‘칸의 여왕’다웠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러브인 클라우즈>(감독 존 듀이건, 수입 ㈜코랄픽쳐스)에서 그녀는 주인공 샤를리즈 테론을 압도하는 매력으로 스크린을 사로잡는다. 이미 전 세계가 다 인정한 그녀의 미모 때문이냐고? 오히려 그녀는 지금까지 보여준 뇌쇄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여배우로서는 하기 힘든 역할을 소화하며 ‘진정한 여배우란 이런 것’을 보여준다.

‘페넬로페 크루즈’하면 관객들은 섹시하고 고혹적인 모습을 기대했을 게 뻔한데도 그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했다. ‘길다’(샤를리즈 테론 분) 집에 머무르는 무일푼의 스페인 여자 ‘미아’를 연기하면서 ‘다리를 저는’ 연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는 후반부에서는 전쟁터에서의 실감나는 모습을 위해 화장기 전혀 없는 모습에 몹시 상한 얼굴로 여배우로서는 힘들었을 연기를 보여줬다.

‘배우로서 그게 뭐 대단한 일인가’도 싶지만, 우리나라 여배우들을 놓고 봤을 때 확연히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요즘 우리나라 톱 여배우들은 장면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치우는 뛰어난 패션 감각과 화장법에 예뻐 보이는 앵글과 조명만을 고집하며 ‘완벽한 얼굴만을’ 스크린에 내비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PPL(간접광고)과는 인연을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연예계고 상업예술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연기자’가 되기 보다는 ‘예쁜 얼굴’을 내비치려고 영화에 나오는 여배우들이 많은 게 문제다.

그런 점에서 페넬로페 크루즈의 연기는 오랜만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더욱 대단해 보였던 건 그런 ‘의외의’ 외모 속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고혹적인 매력 때문이리라. 특히 길다와 가이(스튜어트 타운센트 분) 앞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숨 막히는 자태와 매력으로 관객들을 압도하기 충분해보였다.

한때 톰 크루즈의 애인으로 만천하에 이름을 알린 페넬로페 크루즈지만, 지금 그녀에게 남은 호칭은 ‘스페인 정상급 여배우’, ‘최고의 여성 연기자’ 등이다. 그녀는 데뷔작 ‘하몽하몽’에서의 섹시한 모습과 선천적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페드로 알모도바르,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등 거장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하며 ‘진정한 배우’로 거듭났다. 2006년에는 알모도바르 감독과 함께한 세 번째 영화 ‘귀향’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연기력의 절정기’를 맞았다는 평을 들었다. 순수와 관능이 교차하는 매력에 원숙함까지 더해진 페넬로페 크루즈. 다음 작품인 ‘나인’(감독 롭 마샬)에서의 새로운 모습 또한 기대를 모은다.


JTN 현화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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