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각자가 패를 쥔 복합적인 이야기

알려져 있다시피 '시크릿'은 윤재구 감독의 ‘세이빙’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오랜 기간 '세이빙 마이 와이프'란 제목으로 알려져 왔다. '세븐데이즈'의 주인공이 납치된 딸을 살리기 위해 범인의 요구대로 1주일 안에 살인범을 석방시켜야 했다면, '시크릿'의 주인공은 범죄를 명명백백 밝혀내 범인을 잡아야 하는 동시에 용의자인 아내를 구하기 위해 사건을 덮고자 한다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

윤재구 감독은 “일반적으로 형사는 범죄를 밝혀내야 하고, 범죄자는 범죄를 은폐하려 든다. 그러나 '시크릿'은 이 둘의 입장이 뒤바뀌어 있다. 그게 바로 성열과 재칼의 입장이다. 성열은 범죄자처럼 사건을 은폐하려 들고, 범죄자인 조직 보스 재칼은 형사처럼 범인을 추리하려 든다”며 영화에 대해 설명한다. '세븐데이즈'에서처럼 ‘성열’과 ‘지연’이란 캐릭터 이름을 갖고 왔지만 “'세븐데이즈'가 다소 단선적인 스토리였다면 '시크릿'은 각자의 인물들이 패를 쥔, 복합적인 구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덧붙인다.

영화를 구상하기 전 떠올린 한 장면에서 이야기를 진척시킨다는 윤재구 감독은 차 안에 갇혀 죽음을 앞둔 남녀가 마지막 순간 진실을 말한다는 장면을 상상한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스릴러 영화의 가장 큰 요건은 텐션을 끝까지 유지하는 데 있다. 텐션이 팽팽하게 조여진 시나리오와 빠른 컷 전개로 긴장감 조절에 힘썼다. 또 한 가지, 이 영화는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성열과 지연 부부의 이야기다. 그래서 빠른 스피드를 유지하는 동시에 점점 갈수록 부부의 감정에 치중하면서 촬영했다.”

앞서 말했듯 '시크릿'의 인물들은 각자의 패를 쥐고 있어 끝까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성열의 아내 지연은 사건 당일에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죽은 조동철과는 어떤 관계인지를 끝내 성열에게 말하지 않고, 시시각각 성열을 죄어오는 재칼 역시 동생의 복수 외에 또 다른 목표를 숨기고 있다. 성열에게 협박 전화를 해오는 ‘삐에로’라는 자는 지연이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증거를 모두 지닌 의문의 존재인데, 그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목적으로 성열을 협박하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각 인물들의 패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인물들의 엇갈린 이해관계와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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