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하지원 남녀주연상…장동건 김혜자 등 불참, ‘반쪽짜리’ 시상식

제3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동 KBS홀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김혜수와 이범수의 사회로 치러진 이번 시상식에는 올 한해를 빛낸 한국영화의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상의 기쁨과 격려의 인사를 나눴다.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사랑을 받은 탓에 수상작(자) 또한 여러 영화에 골고루 돌아가는 흐뭇한 광경이 연출됐다.



# 최우수 작품상, 봉준호 감독의 ‘마더’

‘해운대’, ‘국가대표’, ‘박쥐’, ‘마더’,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 가장 치열했던 최우수 작품상 부문. 수상의 영예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게 돌아갔다.

살인혐의를 받은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를 그린 ‘마더’는 주연배우 김혜자와 원빈의 열연, ‘모성’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보여준 봉준호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으로 해외 영화제에서도 극찬을 받은 작품.

최우수 작품상 뿐 아니라 남우조연상(진구), 조명상(박동순, 최철주)을 배출하며 이번 영화제에서 유일하게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 김명민-하지원, ‘내사랑 내곁에’로 남녀주연상 수상

영화 '내사랑 내곁에'의 주인공 김명민과 하지원은 사이좋게 남녀주연상을 차지했다.

한 작품에서 남녀주연상이 동시에 탄생한 것은 1회('혈맥' 김승호 황정순)와 4회('시장' 신영균 문정숙), 12회('사의 찬미' 임성민 장미희)와 13회('경마장 가는 길' 문성근 강수연) 이후 청룡영화상 역대 다섯 번째다.

김명민과 하지원은 각각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와 그의 곁을 지키는 장례지도사를 맡아 진정성이 묻어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수상소감에서 김명민은 “(하)지원아, 너로 인해 이 영화를 끝낼 수 있었고 잘 보살펴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하지원 역시 “김명민 선배가 매일 조금씩 아파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나 또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서로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두 사람 모두 이번이 청룡영화상 첫 번째 주연상 수상이다. 지난 11월6일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서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명민은 당시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으나 이번 시상식에는 건강해진 모습으로 등장해 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하지원은 청룡영화상 하루 전 열린 대학영화제에서도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 장동건 김혜자 설경구 박찬욱 등 대거 불참

하지만 이번 시상식에는 올해 한국 영화를 빛낸 많은 이들이 대거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마더’로 아시아태평양영화제, 금계백화영화제 해외부문 등 세계영화제 여우주연상 뿐 아니라 올해 부일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등 국내 각종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배우 김혜자는 해외 체류를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작품상 후보였던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세 대통령 장동건 이순재 고두심 역시 불참했다. 올해에는 특히 행사 시작 직후 각 작품상 후보의 주인공들이 차례로 등장해 인사말을 전하는 순서가 신설됐는데, ‘굿모닝 프레지던트’ 팀은 장진 감독과 배우 임하룡, 장영남만이 무대에 올라 다소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에 장진 감독은 “우리 영화의 세 대통령이 오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대통령들이 다들 바쁘니 어쩔 수 없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밖에도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분 후보에 올라 기대를 모은 ‘박쥐’의 박찬욱 감독, 1천만 관객 돌파에 ‘최다 관객상’을 수상한 ‘해운대’의 주인공 설경구 박중훈 엄정화 등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 가능성이 높을 때만 배우나 유명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게 우리나라 시상식 문화의 현주소. 자신이 수상하지 않더라도 멋진 드레스를 차려 있고 레드카펫 행사를 즐기며서 동료들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는 외국의 시상식 문화가 부러울 따름이다.



# 이병헌, ‘아이리스’ 촬영 도중 깜짝 등장!

청룡영화상의 특징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인기스타상’ 부문에서는 드라마 ‘아이리스’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스타 이병헌이 깜짝 등장해 객석을 놀라게 했다.

“드라마 촬영중인데 잠시 짬이 나서 오게 됐다”는 그는 미처 턱시도를 준비하지 못했는지 캐주얼한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에서 보여준 선 굵은 연기를 인정받아 하정우(국가대표), 하지원(해운대), 최강희(애자)와 함께 인기스타상을 수상했다.

시상 후 MC 김혜수가 “‘아이리스’에서의 사탕 키스신이 화제인데, 결국 그 사탕을 누가 먹었느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을 하자, 이병헌은 “처음에는 NG가 나면 둘 다 사탕을 뱉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빨고 있더라”며 “사람은 역시 상황에 잘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말해 행사장을 폭소케 하기도 했다.


JTN 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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