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 데뷔 50주년 전국 순회공연 기자회견

“나는 온갖 촌스러움은 다 갖춘 사람... 그냥 이미자로 남겠다.”

가수 이미자가 자신의 50주년을 돌아보는 자리에서 “그동안 이미자는 촌스러운 노래를 부르는 촌스러운 가수로 각인돼 왔다”고 말했다.

2월 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미자 데뷔 50주년 전국 순회공연’ 기자회견에서 이미자는 “‘동백아가씨’를 부를 당시 가요계는 서구풍의 리듬과 음악이 대유행했다. 이후 내 노래는 촌스러운 노래로 굳어져, 지성인들이 ‘동백아가씨’를 불러도 곧 질 낮은 사람으로 낙인찍힐 정도였다”며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나도 저런 발라드나 재즈 같은 서구풍의 음악으로 스타일을 바꿔볼까’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역시 민족과 함께 격동과 고난의 시절을 이겨낸 ‘가수 이미자’다웠다. 그녀는 “그때 서구풍으로 노래 스타일을 바꿨더라면, 지금의 이미자는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당시에는 그럴 용기도 없었거니와, 지금은 오히려 전통가요만 고집하고 꾸준히 지켜왔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서 점점 잊혀져가는 많은 전통가요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50주년 기념앨범에 우리 전통가요 30여 곡을 실어, 곡들을 보존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진행을 맡은 전 KBS아나운서 김병찬이 “이름을 바꾸고 싶은 적은 없었느냐”고 질문하자, “어차피 나는 온갖 촌스러움은 다 갖춘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난 그냥 이미자로 남겠다”며 재치 있게 답하기도 했다.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등 전 대통령들이 내 노래를 아껴...”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 대통령들의 이름도 거론됐다. 금지곡이었던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 등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던 중 김병찬이 “박정희 전 대통령 앞에서 금지곡을 부른 적도 있다는 데 사실인가?”라고 묻자, 이미자는 “금지곡을 부른 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대통령들은 그런 세세한 사실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미자 씨의 노래를 좋아한 대통령들은?”이란 질문에서는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께서 특히 좋아해주셨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많이 불러주셨다. 특히 김종필 전 총재는 직접 아코디언으로 ‘동백아가씨’를 연주했을 정도로 열정적이셨다”고 답했다. “대통령들의 반응은 어땠나?”라는 질문에는 “그런 자리는 너무 긴장이 돼서 대통령들의 반응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며 솔직히 답변했다.

1959년 ‘열아홉순정’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미자는 50주년이 된 현재까지 명실상부 우리 전통가요의 대모로 자리를 지켜왔다. 오는 4월 2일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50주년 기념 전국 순회공연을 갖는 그녀는 공연에 앞서 2월 10일 기념 앨범도 발매한다. 앨범과 공연의 타이틀은 지난 그녀의 세월이 그대로 녹아난 듯한 ‘세상과 함께 부른 나의 노래’. 앨범에는 그녀의 히트곡 70곡과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가요 30곡, 그리고 50년 동안 걸어온 길을 담은 ‘내 삶의 이유 있음은’이란 신곡 한 곡을 포함해 총 101곡의 주옥같은 노래들이 수록돼 있다.

“월남 파병 위문 공연을 나갔을 때, 모든 장병들이 ‘동백아가씨’를 따라 부르며 함께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녀. 가수 이미자는 노래도 이름도 촌스러운 가수가 아닌, 아직 소녀의 감성과 열정을 가슴에 지닌 ‘천상 가수’로 (그녀의 바람대로) 우리 기억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바로 이것이 그녀의 50주년 무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사진 JTN 현화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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